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가계 자산은 여전히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사진=뉴스1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통해 부동산과 예금에 묶인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려 하지만 국내 가계 자산 64.5%는 여전히 부동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기 위해 장기투자 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 금융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4.5%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8.5%에 그쳤다. 이는 자산별 세후 수익률과 과세 구조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세금과 대출에 따른 기회비용을 반영해 자산별 장기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0년 투자 시 서울 부동산의 세후 연 환산 수익률은 11.6%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전국 부동산(7.2%) ▲S&P500(7.1%) ▲코스피(6.0%) ▲공모펀드(5.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 대표 시장인 코스피의 세후 연환산 수익률이 서울 부동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배당소득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주주 양도소득세 등이 세후 수익률을 낮춘다"며 "반면 부동산은 장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과 레버리지 활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정부도 세제를 정비해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은 한도 없이 비과세하는 방식이다.



다만 특정 계좌나 상품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과 금융투자상품 간 세후 수익률 격차 자체가 큰 데다 국내외 금융상품과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수단별 과세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일부 상품에 대한 혜택만으로는 투자자의 자산배분 유인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장기투자 유인을 위해 금융세제를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염윤경 기자


일각에서는 부동산과 금융투자상품 간 세제 격차를 함께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세제 구조에서는 부동산의 세후 투자 매력이 여전히 높은 반면 국내 금융투자상품은 과세 부담으로 장기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주식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 자금을 장기간 자본시장에 머물게 할 세제 유인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장기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세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향후 금융세제 역시 장기 보유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본인의 자산 형성과 연계된 장기 자금이 시장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금융세제도 오래 보유할수록 더 큰 보상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