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지만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전직 보좌진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언론 보도가 추가로 나오면서다. 야권에서는 "자진 사퇴가 아닌 도주"라며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고 여당이 제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20일 정치권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KBS는 김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전직 보좌진들의 탄원서가 지난 17일 홍익표 정무수석 등 청와대 측에 전달됐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 탄원서에는 ▲과거 성추행 및 보좌진의 사건 수습 경위 ▲추가 음주운전 ▲음주 후 보좌진을 상대로 한 욕설·폭언 등의 주장이 담겼다. 기존 '신약 로비 의혹'과 별개의 다른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다른 탄원서에는 김 전 후보자가 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경기도당의 회계 부정 의혹이 담겼다.



김 전 후보자 측은 "내용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은 없다. 제출됐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탄원서 소문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도 "인사와 관련한 사안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탄원서 전달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탄원서가 전달되던 시점에 김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19일 후보자 본인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지명된 후 20일 만이었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탄원서가 청와대에 들어간 날이 17일인데 대통령은 18일까지 임명을 저울질했다"며 민주당과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장관 자격 미달을 넘어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자격을 완벽히 상실했다"며 "당장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이 제보를 묵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와대보다 먼저 제보받고도 뭉갠 것 맞느냐"며 "김승원의 기자 성추행, 음주운전, 갑질·폭언 제보를 언제 받았는지 답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탄원서에 대해 말을 아끼는 중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탄원서가 중앙당에 먼저 전달됐다가 묵살됐다는 의혹에 대해 "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어제 김승원 의원의 입장문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신약 로비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양수진씨와의 과거 교류 행적도 추가로 논란이 됐다. 시사저널은 양씨가 과거 운영하던 식당의 네이버 카페에서 김 전 후보자가 다른 남녀 8명과 자전거 여행 중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2011년 5월 게시된 '소리산 소풍 라이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김 전 후보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후보자 측은 "15년 전이라 구체적인 참석자를 기억하기는 어렵다"며 "양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답했다.

김 전 후보자는 2021년 양씨의 부탁을 받고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 전 후보자는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했지만 논란이 지속됐다.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한 한동훈 의원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한 의원이 공개한 수사 문건의 출처를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태세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후보자 사퇴로 모든 의혹 제기 과정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공개 수사자료가 부당하게 유출돼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면 자료를 건넨 사람과 이용한 사람 모두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후보자도 전날 사퇴 회견에서 "한동훈의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지난 7일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이 기소계획서를 공개함으로써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사건은 서울 영등포서에 배당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관계자가 검찰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보한다고 하더라도 공익 목적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