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유통 업계 안팎에서 관광특구부터 예외로 두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만이라도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열게 하자는 것이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10조389억원으로 50.8% 증가했다. 서울 시내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면세점 등 대형쇼핑시설 소비는 1조2234억원으로 73.2% 늘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대형쇼핑시설 매출이 함께 늘어나자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관광특구만이라도 예외로 하자는 의견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8일 의원 9명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관광특구 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외국인의 관광 소비지출을 제약하고 관광특구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것부터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도 지난 9일 국회 경제대도약위원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를 건의했다.
명동·이태원·해운대 등 전국 관광특구 36곳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정돼 일부 규제 특례가 적용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일반 상권과 똑같이 적용된다. 박 의원실은 현재 관광특구 내 대형마트를 11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메카로 떠오른 잠실관광특구의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과 월드타워점도 일요일 의무휴업 대상이다. 롯데마트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주말 외국인 매출 비중이 평일 5일보다 30% 높다. 이 점포는 명동·남대문·북창동·다동·무교동 관광특구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국인은 다른 날 재방문이 가능하지만 관광객은 점포를 찾았다가 휴업일과 겹치면 다시는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특구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주말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지역 특성과 소비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현재의 월 2회 체계는 이듬해 법 개정으로 갖춰졌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을 분석한 결과 2022년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평균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 630만원보다 오히려 적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구매액은 55% 줄었다.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비슷한 상품을 파는 지역에서는 시장 매출이 줄 수 있지만 시장이 음식·체험·특산품으로 차별화됐다면 관광객 증가에 따른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전면적인 규제 개편이 합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광특구부터 제한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은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외국인 방문객 규모와 전통시장과의 거리를 따져 대상을 정하고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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