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와 내각, 주요 권력기관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지 3주가 지나도록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총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고,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초대 수장 인선을 마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인선 지연과 후보자 낙마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측근 중심 인재풀에서 벗어난 추천 경로 확대 ▲친분에 구애받지 않는 검증 ▲체계적인 후보군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실장은 전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사의를 수리할 경우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 가운데 두 자리가 비게 된다.
내각 임명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이진수 차관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가운데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후보자가 지난 19일 자진 사퇴하면서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3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검경 수장 공백은 더 길다.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 퇴임 이후 1년 넘게 공석이다. 구자현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 이후 사실상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어지다가 이날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이정현 수원고검장(사법연수원 27기)이 임명되면서 대행의 대행 체제는 해소됐다.
경찰청장도 조지호 전 청장이 12·3 비상계엄 연루로 직무가 정지된 2024년 12월 이후 1년9개월째 공석이다. 공공기관 역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지난 6월4일 기준 342곳 가운데 36곳의 기관장이 공석이었고 24곳은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시대]에 "능력을 보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쓰고 이너서클에 있는 사람만 쓰려고 하니 이 사달이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성남·경기 라인이 인사를 틀어쥐고 있다는 소문이 여권 내에서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며 "청와대 내 인사와 정무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집권 후 1년을 넘기면서 국정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만큼 굳이 정책실장 등의 인선을 빨리 할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다"며 "내각의 경우도 장관 체제보다 차관 대행체제가 청와대 직할로 까다로운 사안들을 다루는 데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요직 공백이 길어질 경우 이 대통령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대미 투자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책실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공석이 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조정해야 할 사안이 늘어날 수 있다.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들은 인재풀을 넓힐 것을 제언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아는 사람들로만 한정하면 인재풀이 너무 좁아진다"며 "더 적극적으로 인재를 추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친밀감과 검증을 분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낙마했던 장관 후보자들은 의원들 사이에서 겸손하고 조용조용해 평판이 좋았다"며 "잘 안다고 생각해 이미 검증된 인물로 여긴 것이 충분한 검증을 하지 못한 요인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직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전 대표는 "개별 의원의 추천을 당이 체계적으로 수렴해 인재풀을 만들고 검증하면 된다"며 "이런 의견을 김민석 대표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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