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종목 집중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TF 시장이 전문화되면서 대장주를 중심으로 설계한 압축형 상품이 트렌드로 떠오른 영향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상장된 ETF 140종 가운데 이름에 'TOP'이 붙은 상품은 총 31개로 집계됐다. 전체의 20%를 넘는다. TOP이 붙은 상품이란 TOP2, TOP3, TOP5 등 핵심 대장주에 대한 압축도를 높인 ETF를 말한다.
비율로 보면 TOP2가 12개, TOP3가 3개, TOP4는 4개, TOP5는 1개로 종목 집중도를 2~5개로 높인 상품은 20개에 달했다. 대표 사례로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1Q K반도체TOP2+ ▲KODEX 전고체배터리ESS TOP2플러스 등이 있다.
이 상품들은 소수 종목에 절반 가까운 비중을 할당했다. 지난 3월 출시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은 23일 기준 48.48%였다. 1Q K반도체TOP2+는 53.95%에 달했다. ACE K반도체TOP2+의 경우 46.55%였다. KODEX 전고체배터리ESS TOP2플러스는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을 합쳐 51.76%를 담았다.

최근 출시가 급격히 늘어난 주식 50%와 채권 50% 혼합형 ETF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상장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경우 채권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설계를 도입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이 50.12%에 달한다. 이후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KIWOOM 미국우주테크TOP2채권혼합50 등 대표주 2종목에 50%를 투자하는 상품이 연이어 출시됐다.
증시 활성화 속 ETF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시장 대표성과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요구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대표지수와 산업군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ETF 시장이 성장하며 특정 테마와 산업의 핵심 기업을 선별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고 투자자의 이해도도 높아지면서 특정 산업의 혜택을 받는 기업을 추구하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시장 세분화에 따라 테마와 산업을 반영한 형태의 상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이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되며 ETF도 상위 종목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종목을 넓게 담는 것보다 주도주의 비중을 높여 상품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에 유리하다.
ETF의 종목 압축이 극대화된 케이스가 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산업 내 대표 기업 비중이 큰 국내 시장에서 소수의 톱 기업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특정 종목의 등락을 배로 추종한다면 변동성이 코스피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손실 사태의 배경도 국내 시장에서 소수 종목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라며 "미국처럼 증시 대표주 비중이 작다면 문제가 덜 됐겠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가 50%를 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가 더해지자 변동성이 시장 전체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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