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싼 조선업계의 노사 갈등이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조선소들이 생산 역량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K조선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8.78%의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합의안에는 정기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13만1786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은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바꾸기로 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 22일 24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도 20여 차례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확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호봉승급분 4만7000원을 포함한 기본급 11만원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 및 기본급 200%, 상품권 5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는 파업 강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14일 7시간 파업을 벌여 선박 건조 핵심 설비인 골리앗 크레인 일부를 멈춰 세웠고 18일에는 사업장 내 골리앗 크레인 4대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골리앗 크레인은 대형 선체 블록을 조립장에서 건조 도크로 옮기는 핵심 장비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 데 이어 16일부터 18일까지 하루 7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으면 추석 연휴 이후 전면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 7개 조선 사업장 8개 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노조연대도 연휴 이후 공동파업을 예고하면서 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인력이 참여하는 파업보다 골리앗 크레인 한 대가 멈추는 것이 생산에는 더 치명적"이라며 "크레인 가동이 중단되면 선박 건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에 파업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 있다. 3년 안팎의 수주 물량을 차질 없이 건조하고 제때 인도해야 수주 성과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 일정이 밀리면 납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선주사와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조선업의 추격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8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표준선 환산톤수·CGT 기준)의 76%를 수주했다. 막대한 건조 물량을 바탕으로 경험과 기술력을 쌓으면서 한국이 우위를 지켜온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기준 올해 상반기 글로벌 LNG선 발주 시장 점유율은 한국 65.5%, 중국 34.5%로 집계됐다.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점유율은 최근 3년 평균인 25.1%를 웃돌았다. 소형선까지 모든 규격을 합산한 미국 해운 분석업체 베슨노티컬 집계에서는 중국이 상반기 발주된 LNG선 90척 중 52척(57.8%)을 수주했다. 글로벌 LNG선 발주가 늘어난 데다 국내 조선사들의 도크가 3년 치 일감으로 차면서 일부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 효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로이드선급(LR)에 따르면 중국 후동중화조선은 17만4000㎥급 LNG선 건조 기간을 2021년 24개월에서 최근 17개월로 단축했다.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를 두고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영업이익의 최소 30%)은 삼성중공업이 합의한 수준(영업이익의 10%)의 세 배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의 호황기는 향후 10년의 경쟁력을 가를 시험대인데 고정비가 늘어나면 미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