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환경이 달라진 가운데 조선은 물론 철강 업계에서도 임금과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사업장에서 교섭 난항과 파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사가 가을 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하투·추투를 넘어 동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포스코노동조합은 전날부터 오는 21일 오전 7시까지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18일 오전 7시부터는 기존 파업 대상인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과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에 포항 1열연공장과 후판제품공장 2후판 정정·검판 파트, 광양 3열연공장을 추가해 파업 대상을 확대한다.



포스코는 지난 9~11일 48시간 부분파업으로 1968년 창사 이후 58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사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조선업계 역시 실적 개선에 따른 보상 수준을 놓고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 부서별 파업을 시작해 11일 전 조합원 대상 4시간 부분파업으로 확대했고, 16~18일에는 하루 7시간으로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정해진 재원 안에서 배분 방식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호황의 성과에 걸맞은 보상과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도 부분·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전 조합원 오후 파업에 이어 8차례 이상 단체행동을 벌였다.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는 조선소의 핵심 설비인 골리앗 크레인 1·2호기 가동을 중단시키며 사측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설비의 작업 중단이 누적되면 후속 건조 공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행동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공동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한화오션·삼성중공업·HSG성동조선·케이조선 등 6개 사업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는 등 쟁의 절차를 마쳤다. 조선노연은 오는 18일까지 교섭 타결을 위해 노력하되 납득할 만한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공동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선 현재의 실적 호조가 향후 일감까지 보장하지 않는데 노동계가 잇따라 파업에 나선 것은 과도한 행동이라고 본다. 조선업은 과거 높은 선가에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지만 중국 대비 신규 상선 수주가 부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가 본격화하면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현지 생산 기반 구축에도 투자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 배분과 함께 다음 수주 경쟁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50% 철강 관세에 대응하면서 현지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참여한 미국 루이지애나 합작제철소 HPLS는 이달 기공식을 열고 2029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에 들어갔다.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노조도 요구 수준과 파업 강도를 정할 때 기업의 투자 여력과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향후 교섭의 또 다른 변수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직접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 등 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됐다.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제조업에서는 기존 임단협에 원청의 교섭 책임과 범위를 둘러싼 새로운 쟁점이 더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선은 다음 일감 확보와 미국 투자에 대비해야 하고, 철강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제철소까지 짓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노사가 힘을 모아 해외 경쟁에 대응해야 할 때인 만큼 성과를 나누는 문제도 미래 투자와 고용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