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번지면서 제조업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핵심 제조 기업의 생산 차질은 협력사와 전후방 산업의 연쇄 피해로 이어져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안정성과 대외 신뢰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중재했던 정부가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조선업계 전반에서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2차 부분파업 대상 공장을 18일부터 5곳으로 늘리기로 했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도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지난 10일 17차 교섭을 거부하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며 파업 전선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철강과 조선은 국내 제조업의 핵심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력 산업 전반에 필수 소재를 공급한다. 철강 기업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수요 산업과 협력사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조선업은 납기 지연이 가장 큰 부담이다. 선박 건조와 인도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선주사에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마스가'(MASGA)를 계기로 국내 조선업이 한미 산업 협력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반복되는 생산 차질과 노사 갈등은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한 대외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피해가 확산하기 전에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당시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노사 간 대화에 직접 개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 조정에 이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노사 교섭에 참석했으며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없이 임금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철강·조선업도 반도체 못지않게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노사 자율교섭에만 맡기기보다 갈등 초기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사례처럼 노사 면담과 노동위원회 조정 등 단계별 지원을 통해 파업 확산을 막고 협력사와 전후방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의 중재는 개별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으로 국내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철강업은 이미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조선업도 중국이 국내 업체들의 텃밭인 LNG선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모적인 노사 갈등으로 산업 경쟁력까지 약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철강과 조선 등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정부가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 파업은 불법이라고 선을 그은 것처럼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