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감이 흐르던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골프클럽 18번 홀 그린. 연장 3차전에서 신지애의 '패밀리 퍼터'가 그린을 갈랐다. 일본 신성 구와키 시호와의 끈질긴 승부 끝에 결정적인 버디를 성공시킨 신지애는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하고 한 번도 울어 본 적 없다고 밝힌 신지애는 이날 일본 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인터뷰에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까지 우승 후 환한 미소를 지었던 신지애가 눈물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눈물은 단순한 우승의 기쁨만이 아니었다. 숱한 한계와 편견, 수십 년 동안 짊어져 온 중압감을 씻어내는 감격의 눈물이자 골프 역사에 다시 없을 금빛 이정표를 세운 순간의 뜨거운 오열이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던 신지애에게도 이번 우승은 특별하다. 지도자의 길로 가지 않고 38세 적지 않은 나이에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인 신지애는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JLPGA 투어 통산 30승을 채웠고 영구시드를 얻었다. 일본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한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투어 사상 처음으로 달성했다. 이는 일본 프로골프 57년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자국 선수들에게조차 통곡의 벽이었던 고지를 한국에서 온 '작은 거인'이 드디어 밟았다.
신지애는 대한민국 남녀 골프 선수를 통틀어 '해외 단일 투어 영구시드 획득'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JLPGA 투어 역대 7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대만 투아이위 이후 두 번째로 얻은 조건 없는 평생 출전권이다. 일본 메이저 통산 6승, JLPGA 통산 상금 15억엔(약 128억원) 돌파 등 그가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역대 최고 기록이 쓰이고 있다.

골프 선수로서 156cm 작은 체구는 명백한 불리함이었다. 압도적인 장타로 무장한 신예들이 쏟아져 나오는 필드에서 신지애가 전설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지독한 연습이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KLPGA 무대를 장악하고 2010년 한국·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 신지애의 손에 잡힌 굳은살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남들이 정밀한 아이언 샷과 정교한 쇼트게임에 찬사를 보낼 때 신지애는 새벽부터 날이 저무는 밤까지 스윙을 수천 번 반복했다.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몸이 바스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그가 찾은 해답은 언제나 연습장이었다. 신지애는 훈련 때 하루 4시간만 눈을 붙이며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걸로 유명하다. 팔꿈치를 다섯 번이나 수술했지만 그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신지애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8세, 선수를 떠나 지도자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필드에서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무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신지애는 정밀한 아이언 샷과 정교한 쇼트게임, 승부처에서 절대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앞세워 일본 무대마저 점령했다. 그는 살롱파스컵, 리코컵, JLPGA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일본 여자오픈까지 석권하며 마침내 메이저 퍼즐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지금까지 신지애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LET), 호주 등 전 세계 주요 프로 투어를 누비며 거둔 통산 68승(공동주관 대회 조정 반영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대한민국 남녀 골퍼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많은 승수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한국 최초 영구 시드 획득, J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 등 수많은 훈장을 받은 신지애의 기록은 단순한 승수를 넘어 한국 골프사 지형을 바꾼 금자탑이다.
2003년 11월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자마자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신지애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투어 통산 70승이 목표라고 밝힌 신지애는 현재 68승을 기록 중이다. 고지까지 단 2승만 남겨두고 있다.
신지애는 JLPGA 30승을 앞두고 1년5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은 목표를 앞두고 그가 느꼈을 부담감도 상당했다. 지난 8월 AIG 여자오픈을 우승했던 구와키를 이번 대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가 느꼈을 중압감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신지애는 결국 중압감, 부담감 수많은 감정을 이겨내고 매일 연습 자리를 지켰던 자신을 증명해냈다.
후배들과 필드 위에서 함께 호흡하고 도전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전달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신지애가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이뤄낼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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