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저녁 찬 기운이 옷깃을 파고드는 환절기면 따뜻한 국물부터 생각난다. 국과 탕, 찌개와 전골까지 국물 요리의 갈래만 헤아려도 손이 모자란 한국이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수프'는 후루룩 마시는 국물보다 크림을 풀어 끓인 되직한 한 접시로 인지돼 왔다. 식탁에 오르는 자리도 다르다. 밥 옆의 짝인 한식 국물과 달리, 서양식 코스나 경양식집에서는 메인 요리에 앞서 식사의 문을 여는 첫 순서다.
흐름이 달라진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도심 오피스 상권과 백화점으로 수프 전문점이 확장하고, 샌드위치 매장에서도 수프가 메인 매출을 이끄는 사례가 늘었다. 1인·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건강식 수요가 맞물리며 한 그릇에 영양이 응축된 수프를 완전한 한 끼로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다. 유기농 재료, 비건 라인업, 밥·파스타를 곁들이는 옵션까지 더해지며 수프는 식탁의 주연으로 안착했다.
수퍼(SOUPER) 강남구청점

2016년 여의도 푸드트럭으로 출발해 마포·강남구청·광화문으로 자리를 넓힌 수프 전문점이다. 직장인 시절 출퇴근길 허기를 달랠 곳이 마땅치 않았던 대표의 경험이 이 브랜드의 출발점이다. 수프는 매일 7시간 이상 뭉근하게 끓여낸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칠리 콘 카르네' 수프는 소고기와 키드니빈, 토마토를 함께 끓여낸 미국 남부식 스튜다. 닭고기와 채소를 넉넉히 넣은 '닭고기 야채 수프'와 감자와 조갯살을 넣은 '뉴잉글랜드 클램차우더'도 인기 메뉴다. 수프에는 치아바타, 푸실리, 밥 중 선택해 곁들일 수 있다.
수프링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 방배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수프·샌드위치 전문점이다. 농도와 식감이 확연히 다른 다채로운 수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간판 메뉴인 '토마토 바질 크림 수프'는 15가지 재료를 넣어 산미와 바질 향, 크림의 고소함을 가볍게 풀어낸다. 반면 잘게 다진 버섯을 듬뿍 넣은 '트러플 양송이 수프'는 진하고 되직한 농도로 묵직한 풍미를 선사한다. 수프와 짝을 이루는 샌드위치와 파니니 쪽도 선택지가 넓다.
퍼스(PUOS) 서교점

홍대입구역과 망원역 사이 서교동 골목, 코리빙 공간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 지하 1층에 자리한 곳이다. 브랜드명은 수프(SOUP)의 철자를 거꾸로 것이다. 서양식 수프를 넘어 스튜와 카레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곳은 맹물 대신 제철 채소를 우려낸 채수만을 베이스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몸에 해로운 첨가물은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양송이 본연의 맛과 고구마로 농도를 잡은 크리미한 '양송이 수프'와 당근·단호박으로 농도를 조절한 '단호박 수프'가 대표적이다. 빵·밥·파스타 등을 곁들여 세트로 즐겨도 좋다.
비지수프바

성수동에 자리한 콩비지 기반의 웰니스 타파스 바다. 이름 그대로 이곳 수프의 주인공은 비지다. 크림수프에 흔히 들어가는 밀가루, 설탕, 생크림을 덜어내고, 빈자리를 콩비지와 두유로 채웠다.
대표 메뉴 '트러플 머쉬룸 비지수프'는 무가당 두유에 트러플 오일, 네가지 버섯, 카라멜라이징 양파로 풍미를 더했다. 비건 메뉴인 '단호박 코코넛 비지수프'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브런치, 저녁에는 와인을 곁들여 스페인식 핀초와 타파스를 즐기는 바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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