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인터배터리 2025에 전시된 양극재 모습.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소재 수급 다변화 및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도 배터리 소재 조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각 사는 해외 원료 조달처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 소재 기업과의 협력 및 자체 생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호주 엘레브라 리튬과 캐나다산 리튬 정광 24만톤을 확보하는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부터 4년간 캐나다 퀘벡주 광산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공급받는다. 리튬 정광은 광석을 가공해 리튬 함량을 높인 원료로 정제 과정을 거쳐 배터리 소재인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쓰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엔 미국 스맥오버 리튬과 10년간 탄산리튬 8만톤을 들여오는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삼성SDI와 SK온은 국내 소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엘앤에프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내년부터 3년간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받는다. 자회사 에스티엠을 통한 양극재 내재화도 병행하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와 각각 약 1조1000억원, 16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법인으로부터 최대 2만5000톤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소재 공급망 다변화·내재화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핵심 소재와 원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수입액 중 중국산 비중은 83%에 달했다. NCM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 중간 소재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일부 품목에 수출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심사가 지연되거나 통제가 강화될 경우 소재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LFP 양극재, 인조흑연 음극재, 관련 제조장비·기술까지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조치는 미국과 중국의 합의에 따라 오는 11월 10일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의 규제 강화도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은 현지 배터리 생산기업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으려면 금지외국기관(PFE)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에서 일정 비율 이상 소재를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PFE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과 연계돼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는 기업·기관으로 이들이 지분이나 경영권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까지 포함한다. PFE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에서 조달해야 하는 비중은 올해 60%이다. 이 기준은 내년 65%로 높아지고 2028년 70%, 2029년 80%, 2030년 이후 8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소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해외 국가의 광물 자원 확보와 국내 소재 기업과의 협력 확대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