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로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만 해도 2030년에야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년의 4배 수준인 약 8865억달러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지난해 약 30%에서 55%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AI 투자 과열과 고점론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8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AI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이미 여러 산업분야에서 인터넷과 같은 기반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며 "AI의 적용 범위와 확장성을 고려하면 시장이 후퇴할 이유는 크지 않고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에서 기업용으로 변화하는 AI 수요 패턴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시기를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2~3년은 초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신 교수는 "빅테크들의 투자도 충분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매출이 얼마만큼 빠르게 따라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빅테크들과 맺은 장기공급계약(LTA)도 견조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업황이 둔화해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마쳤고 선수금을 계약 조건에 포함했다. SK하이닉스는 10여개 고객사와 장기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중국 CXMT·YMTC 등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위협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HBM 등 한국 기업들이 선점한 고부가가치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아직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인 데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도 있어 당장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위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CXMT가 최근 서버용 메모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중국이 자체 서버에 자국산 제품을 우선 도입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고민할 부분은 중국의 추격이 과연 자체 인력만으로 가능하느냐는 점"이라며 "한국 인력들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인력 유출을 철저하게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시장 선도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HBM을 잇는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교수는 "HBM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프로세서 위에 HBM을 3차원(3D)으로 수직 적층한 zHBM, 낸드 기반 고대역폭플래시(HBF),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지능형 메모리(PIM) 등의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고도화하고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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