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동네 근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그 사건이 떠올라 오싹했어요."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김수민씨(26)은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복합상가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상동기 범죄'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4일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흉기 난동범 A씨(59)는 2015년 8월 재결합을 거부한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징역 4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 심야시간대 주거지 밖 외출 제한 명령을 받았다. A씨는 정신질환 약을 복용 중으로, 외부 전문가와의 중독 상담과 보호관찰관 면담을 한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3년 전인 2023년 7월21일 조선(당시 33)이 저지른 '신림역 칼부림' 사건, 2주 뒤인 8월 3일 최원종(당시 22)이 벌인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다시 '무차별 범죄'가 발생하자 경찰은 공공장소 흉기 소지와 온라인 범죄 예고글에 대한 선제 단속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동기 범죄의 배경에는 피해망상이나 반사회적 공격 성향 등 정신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가해자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일어난 이상동기 범죄 244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1순위 범행 동기는 '주취 상태에서 이유 없는 범행'(79명·32.4%)이었다. 이어 ▲환청·환각·환시·망상 등 정신과적 문제(67명·27.5%) ▲쌓인 분노 표출(46명·18.9%) ▲상대방의 의도 오해(21명·8.6%) ▲현실비관·처지에 대한 불만(18명·7.4%) 순이었다.
문제는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에게 정신질환 배경이 있는 경우에도 치료감호 처분이 드물다는 점이다. 연구진 조사 결과 정신질환형 이상동기 범죄자에게 검찰이 청구한 보안처분 중 '치료감호 청구'는 18.1%에 그쳤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11.1%)과 '보호관찰'(1.4%) 비율도 매우 낮았다.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에선 정신질환 악화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치료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 뉴욕주는 입원이 시급한 중증 정신질환자를 경찰이나 담당 의사가 먼저 입원시킨 뒤 법원 판단을 받는 '정신건강영장'(Mental Health Warrants) 제도가 있다. 독일은 '치료배치법'에 따라 10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범죄자가 정신 장애와 공공 안전에 대한 위험성 기준을 충족할 경우 법원 명령으로 강제입원 조치를 할 수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 집행의 방향을 범죄 자체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처벌에서 범죄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관리 또는 치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 폭력 위험성을 보이는 정신질환자를 정신보건 시스템으로 더 원활하게 편입시킬 수 있도록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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