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오후 서울 중구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에서 화장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들./뉴스1


정부가 화장품 제조 중심인 K-뷰티의 영역을 AI(인공지능)와 의료관광으로 넓힌다. 그간 구축해 온 피부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정비하고 방한 외국인 환자를 위한 'K-헬스케어 통합 허브'를 만든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1명이 AI·자동화기기를 활용해 여러 매장을 도맡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푼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AI·융복합 K-뷰티 서비스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K-뷰티를 AI·데이터·디바이스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신(新)서비스산업으로 확장한다는 취지다. 이 부총리는 "반도체와 함께 달려 나갈, 성장을 이끌 제2, 제3의 주자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서비스산업"이라며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과 민생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먼저 맞춤형 화장품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2011년부터 18개국 1만7000여명의 피부 특성 데이터를 모아 온 피부 데이터뱅크를 내년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AI-Ready)로 전면 개편한다. 조사 대상국도 내년까지 19개국으로 늘린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방한 외국인 등 2000명의 화장 전후 사진과 설문 데이터도 기업에 제공한다. 화장품 업체와 AI 기업이 손잡고 품질·공정 관리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연합 R&D(연구개발)에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72억원이 들어간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규제도 손본다. 현행 화장품법상 맞춤형 화장품 판매 매장에는 조제관리사가 1명씩 상주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중 관련 법령을 개정해 AI·자동화기기를 쓰는 매장은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곳을 맡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 경우 조제관리사가 원료와 기구의 품질·위생부터 완제품 안전까지 함께 관리한다.

피부·성형 분야 외국인 환자가 상담과 예약·결제, 진료 전후 관리, 숙박·관광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K-헬스케어 통합 허브'도 2028년까지 구축된다. 한국관광공사 집계를 보면 방한 외국인이 피부관리·메이크업·메디컬 뷰티 등 융복합 뷰티 서비스에 쓴 돈은 지난해 2조5662억원이다. 전년(1조6479억원)보다 55.7% 늘었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가 비자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우수 유치기관' 지정을 지방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늘린다. 우수 유치기관은 법무부가 외국인 환자를 초청하는 의료기관과 유치업자(환자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업체) 가운데서 지정한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지방 병원에 가점 10점을 새로 주고 유치업자의 신청 요건을 연간 유치실적 500건에서 200건으로 낮췄다. 정부는 의료·웰니스 관광 목적 비자의 심사 요건과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주와 제주에는 홍보·체험과 해외 바이어 상담을 결합한 'K-뷰티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서울 홍대·명동과 부산의 'K-뷰티 체험·홍보관'에서는 외국인이 AI로 피부를 진단받고 가상 메이크업을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인이 자국 결제 앱으로 쓸 수 있는 표준 QR코드 설치 점포는 올해 4만곳에서 내년 8만곳으로 늘어난다. K-뷰티 아카데미도 내년 상반기 충북 오송에 문을 열어 내·외국인 헤어·메이크업 전문인력을 연평균 1900명 길러 낸다.

정부는 서비스산업 전반을 키울 제도적 기반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야 의원 4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제정안 4건은 올해 3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된 뒤 계류돼 있다. 이 부총리는 "현재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