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 노동특례 가운데 주 52시간 예외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야권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범여권은 주 52시간을 유지해야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장관에게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장관의 태도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논의 당시 주 52시간 예외에 반대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반도체특별법 입법 당시 재정지원, 세제지원, 용수 및 전력 지원 다 동의했다가 호남 메가특구 클러스터 발표 이후에 (주 52시간 예외 등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 노동특례로는 ▲고소득 관리자와 R&D 인력에게 주 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기간제 근로자가 동의하면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늘리는 '기간제 2+2'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지난 9월부터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메가특구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메가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책임감 있게 대화를 조율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주 52시간 예외규정을 둔다면 메가특구 내에만 적용해야 하느냐, 근로기준법에 담아 모든 노동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아직 법안이 발의되기 전"이라면서도 "노동조건을 지역에 따라 달리할 수 없다"고 했다.

범여권에선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 고시에서도 12주 동안 1주일 평균 60시간 또는 4주 평균 1주 평균 64시간 이상 일하면 뇌·심혈관 질환과 업무상 연관성 강하다고 보는데, 반도체 연구개발은 심지어 최대 6개월간 주 64시간 근로를 할 수 있다"며 "메가특구 특별법은 더 심각한 방향으로 제도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잠정)을 거둔 삼성전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점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역대급 호황 발생하는 곳에 이렇게 저질 일자리 양산돼서야 되겠느냐"며 "메가프로젝트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지 주 52시간 특례를 주거나 기간제 4년 연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정부 일방적 지방이전과 통폐합 반대하며 거리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본다'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 조항을 들며 "노란봉투법이 말하는 진짜 사장이 정부"라며 "당장 교섭 테이블에 올라서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장관은 "공공 부문 노동조합과 정부 간 노정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 문제도 거론됐다. 김 의원은 "내년 1월이면 수십만명의 은퇴자가 소득절벽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지금까지 정부는 구체적인 법안 한 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연내에 꼭 처리돼야 한다"며 "여당 TF에서 그동안 오래 논의를 숙성해 왔다. 논의가 어느 정도 숙성되고 결단만 남았다고 판단되면 정부안도 조속히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