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스가 오방색과 달항아리 등 한국적 미감을 자체 컬렉션에 반영해 브랜드 디자인 자산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선다./LF


달항아리의 둥근 곡선은 바지의 실루엣이 되고 청자의 푸른빛은 데님에 스며들었다. LF의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2027년 봄·여름(27SS)부터 컬러·핏·소재 개발 단계에 한국의 미감을 심는다. 한국을 보여주는 패션에서 한국으로 설계하는 패션으로, K패션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장면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헤지스는 27SS 컬렉션에서 한국 전통의 색과 형태,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헤지스 아이코닉 라인은 영국 조정 클럽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색상에 한국 전통 오방색을 접목했다. 헤지스 블루 라인은 달항아리의 곡선을 바지에 적용하고 청자의 푸른빛과 무명의 질감, 조각보의 색 조합을 데님에 반영했다.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박영애 장인의 조각보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헤지스의 이번 시도는 기존 협업과 차이가 있다. 헤지스는 2022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 브랜드 뮷즈와 협업해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전통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호당과 협업해 색동과 한글 자수, 전통 직물을 활용했다. 특정 문화 요소를 상품에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자체 컬렉션의 디자인 원칙으로 한국적 미감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적 요소를 자체 디자인 자산으로 축적하는 방식이 K패션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협업 상품이 특정 시점에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면 자체 컬렉션에 한국적 미감을 반영하는 방식은 후속 제품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적 미감을 일회성 협업을 넘어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언어로 발전시키는 셈이다.

헤지스는 영국적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브랜드인 만큼 한국적 미감과 기존 정체성을 결합해 디자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데님처럼 세계적으로 익숙한 의류에 전통의 색과 형태를 녹여내 한국적 요소를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은 넓어지고 있다. 헤지스는 27SS 글로벌 수주회에서 새 컬렉션을 해외 바이어에게 선보였으며 서울 명동 플래그십 매장 스페이스 H 서울의 외국인 매출은 올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했다. 외국인 고객의 매장 구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적 미감을 반영한 디자인이 헤지스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넓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