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불닭으로 확보한 해외 유통망에 탱글·삼양1963 등을 추가해 수출 품목 다변화와 글로벌 성장 기반 강화에 나섰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지난 7일 삼양1963에 이어 선보인 우지 신제품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삼양식품


월마트 라면 진열대에서 '불닭'만 보이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 삼양식품이 탱글·삼양1963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불닭으로 확보한 유통망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수출 품목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71억원으로 42.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 부담에도 해외 매출 증가와 비용 효율화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올해 해외 사업의 핵심 과제로 유통 채널과 수출 품목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코스트코를 비롯해 타깃·크로거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해안 대도시 중심이던 유통망을 중소·3선 도시까지 넓힌다.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멕시코·중남미 공략에 나서며 주력 시장 외 신흥 시장을 개척 중이다.

품목은 불닭 오리지널·까르보 중심에서 한층 다변화하고 있다. 탱글은 기존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는 맛의 종류를 늘리는 한편, 삼양1963은 불닭이 입점한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넓힌다. 국가와 채널 확대에 더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특정 제품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전략은 신규 판로 개척보다 기존 판로 활용에 가깝다. 글로벌 유통망 입점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불닭으로 확보한 진열 공간과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면 후속 제품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성장은 불닭 브랜드가 이끌어왔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복수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고 본다. 불닭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후속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성장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포스트 불닭' 전략으로 평가한다. 삼양식품의 해외 실적이 불닭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수출 품목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정 제품 의존도가 높을 경우 수요 변화나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기존 유통망에서 제품군을 확대하면 진열 효율과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능력 확대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2027년 1월 중국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중국향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국내 생산시설은 미국·유럽 등 글로벌 수요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생산 거점 재편과 품목 다변화가 맞물리며 수출 확대 여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한 제품 확대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닭으로 확보한 진열 공간과 유통망을 다른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은 비용 효율적인 성장 전략으로, 미국처럼 오프라인 유통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망 확보만으로는 신제품의 시장 안착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교수는 "대표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한 만큼 신제품 역시 가격과 맛 경쟁력,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통망 입점 이후 실제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