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6주기가 다가오면서 그가 남긴 발자취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혁신을 이끌어 온 것은 물론 삼성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경영 철학은 오늘날 삼성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3일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이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을 개최한다. 실제 기일은 25일이지만 주말임을 고려해 추도식을 이틀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는 삼성 사장단이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린 뒤 이 회장 등 유족이 묘소를 참배한 바 있다.
28일에는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이 선대회장 6주기 추모 음악회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한재민 첼리스트와 박재홍 피아니스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등이 무대를 채웠다. 이 행사 역시 이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매년 오너 일가와 주요 경영진·임직원·협력회사 관계자 등이 함께하는 음악회를 통해 고인을 기려왔다.
추모 기간을 계기로 이 선대회장이 남긴 경영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 선대회장은 품질·기술 혁신을 앞세워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고자 했다. 실제 이 선대회장은 그해 12월 취임사를 통해 "90년대까지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의 포부는 1993년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반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며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이 선대회장은 안주하지 않았다. 세계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존 경영 방식과 조직 전반에 내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선대회장의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 반도체는 1993년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데 이어 1995년에는 S램, 2002년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세계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2004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8Gb 낸드 메모리칩을 개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했고 2013년에는 3차원 V낸드 양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기술 혁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 휴대폰 사업 역시 성공적이었다. 자체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은 지속적인 혁신 끝에 1995년 8월 세계적 강자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시장 선두에 올랐다. 2002년 출시된 이른바 '이건희폰'(SGH-T100)은 삼성전자 휴대폰 최초로 단일모델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12년부터는 바통을 이어받은 갤럭시 시리즈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선대회장의 철학은 오늘날의 삼성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기술을 강화하며 시장 입지를 다지는 한편 갤럭시 시리즈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계속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위상을 이어가는 데에는 혁신을 강조해왔던 이 선대회장의 철학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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