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CMI)는 전세계 AI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6년 21억달러에서 2035년 109억달러로 연평균 19.8%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냉각 기술로 액침냉각이 부상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고집적화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이 급증하면서 기존 공랭식 냉각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액침냉각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 냉각유에 서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랭식과 달리 발열 부품 주변에서 열을 흡수해 고밀도 서버의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냉각용 팬과 공조 설비의 전력 사용을 줄일 가능성도 있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대안으로 꼽힌다.



시장 성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는 세계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5년 17억달러(한화 약 2조2700억원)에서 올해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확대되고 2035년에는 109억달러(약 1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9.8%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정유업계가 시장 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기존 윤활기유 제조 기술을 활용해 냉각유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서버와 직접 접촉하는 만큼 전기 절연성뿐 아니라 열전달 성능과 장기적인 화학적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윤활기유 기술을 바탕으로 액침냉각 전용 유체를 개발하고 미국 액침냉각 전문기업 GRC에 지분을 투자하며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냉각유 공급에 그치지 않고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과 실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시범 적용한 액침냉각 시스템에서는 전력을 37%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고성능 윤활유 기술을 활용해 2023년11월 데이터센터 전용 액침냉각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 등지에서 제품 성능을 검증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버 내 발열 부품만 집중적으로 식히는 직접액체냉각유체 '킥스 DLC 플루이드 PG25'도 내놓으며 제품군을 넓혔다.

에쓰오일도 2024년10월 출시한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앞세워 서버용 액침냉각 유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국산 서버 기업 KTNF, 액침냉각 장비 기업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와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실증 협력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024년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 브랜드를 출원한 뒤 같은 해 미국 GRC의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 인증을 받았고, 네이버클라우드에 2028년까지 액침냉각 서버 테스트용 냉각액을 공급하는 등 사업을 확대 중이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LG전자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엔무브, GS건설, 미국 GRC 등과 협업해 HVAC 시스템 구축 역량에 외부 기업의 소재·유체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정유사가 냉각유라는 핵심 소재에 집중한다면 LG전자는 설비와 시스템 통합 역량을 앞세우는 구도다.

액침냉각을 도입하려면 전용 탱크와 열교환 설비를 마련하고 서버 구조와 유지보수 절차도 바꿔야 한다. 냉각유의 안전성과 장비 호환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초기 투자비와 표준화, 고객사 인증 확보가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쟁의 무게중심은 냉각유 개발을 넘어 실제 데이터센터 적용 실적과 글로벌 고객사 인증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AI 인프라 경쟁이 연산 성능을 넘어 열관리 효율로 확장되는 가운데 액침냉각 기술과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