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 가장 앞부분에는 '일러두기'란이 있다. 자료 해석상 주의사항을 적어둔 내용이다. 통계지표 숫자에도 나름의 사용설명서가 있는 셈이다. 제대로 읽어두지 않으면 숫자를 오독할 위험이 있다.
'10위로 떨어졌다가 다시 4위로, 이제 3위를 향해.'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체불가대한민국'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글로벌혁신지수(GII) 순위 변화를 담은 그래프를 첨부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WIPO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혁신 역량 순위다. 2023년 10위까지 떨어졌던 우리나라 순위가 2025년과 2026년 4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순위가 올랐다는 성과를 알리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WIPO 홈페이지에도 이 지표의 '사용설명서'가 있다. 최신 데이터 반영에 시차가 있으니 해석에 주의하라는 당부였다. 2025년 혁신지수는 2023~2025년 데이터를, 2026년 지수는 2024~2026년 데이터를 활용해 산출했다. 4위를 기록한 2025년과 2026년 지표 상당 부분이 전임 윤석열 정부 시기 데이터에 기반했다는 뜻이다.
한국은 세부 평가항목별 강점과 약점이 뚜렷했다. 기업 연구개발(R&D), 기업의 연구인력, 국제특허출원 부문은 1위다. 반면 제도 분야 순위는 △2023년 32위 △2024년 24위 △2025년 20위였다. 기업은 강한데 정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WIPO도 "한국은 기업 연구개발 중심"이라고 했다.
순위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일종의 '통계적 신뢰구간'을 보여준다는 설명도 있었다. 한국은 신뢰구간 내에서 4~5위 사이였다. WIPO는 "순위는 혁신 생태계를 부분적으로만 보여준다"며 "순위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지표 구성이 바뀌는 만큼 연도별 순위 변동을 비교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9월12일부터 10월11일까지 145건의 SNS 게시글을 올렸다. 국정을 챙기느라 바쁜 이 대통령에게 통계 설명서까지 챙길 겨를이 있겠나. 대신 게시글을 올리기 전 참모가 한 번이라도 꼼꼼하게 봐주길 바란다면 무리한 바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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