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공장(팹·Fab)을 전남광주특별시에 짓기로 약속한 6월29일 오후 하늘에서 바라본 광주 북구 첨단3지구에서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첨단3지구는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초광역특구(메가특구)의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에게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허용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산업계는 기대를 보인 반면 노동계는 우려를 표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대표발의했다. 특구기업 관리자와 연구개발 인력 등 전문가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가 회사와 서면 합의하면 근로시간과 휴게·휴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근로기준법과 달리 정할 수 있다. 적용 직무와 보상, 건강보호 조치는 대통령령에 맡겼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기상 의원은 이날 근로시간 특례를 뺀 별도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기업의 무급휴일 허용과 파견 확대 조항은 남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박 의원 지역구인 경기 김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노동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무법특구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근로시간 예외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요구다. 1월29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다. 한국경제인협회는 9월21일 반도체 분야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범 적용한 뒤 전체 전문직으로 넓히자고 건의했다.

현행 제도로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길은 열려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 특별연장근로 지침을 고쳐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의 1회 인가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렸다. 6개월 인가를 받으면 첫 3개월은 주 64시간, 이후 3개월은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이 제도를 거의 쓰지 않는다. 같은 위원회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침 개정 이후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특별연장근로 신청 62건 가운데 6개월 단위는 단 4건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의원실에 낸 자료에서도 지난해 인가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각각 주 49.9시간, 46.3시간으로 한도에 못 미쳤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특별연장근로는 계획을 세워 신청해야 하는데 새로운 걸 개발하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 수 없다"며 "사람을 더 뽑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생산성이나 산업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는 걸 보지 못했다"며 "정말 필요했다면 불편해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그젬션은 정부 인가 없이 노사 서면 합의만으로 운영되고 기간 제한도 없다.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규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해외 제도는 설계가 제각각이다. 미국은 일정 급여 이상 전문직에게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만 면제한다. 영국은 근로자가 서면 동의하면 주 48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되 언제든 철회할 수 있게 했다. 일본도 2019년 일정 소득 이상의 고도 전문직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휴게, 휴일, 심야 할증임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고도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지난해 3월 말 기준 적용자 1390명 가운데 연구개발직은 10명에 불과했다.

관건은 시행령에 맡긴 건강보호 장치를 얼마나 촘촘히 짜느냐다. 이 부소장은 "법 도입 자체에는 반대한다"면서도 "만약 제도가 도입된다면 장시간 일한 뒤 반드시 쉴 수 있도록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근로자가 철회 의사를 밝히면 사용자가 거부할 수 없는 철회권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