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실리아 셴 유토파이 스튜디오 대표가 한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문화·콘텐츠에 접목하는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로 제작비 장벽이 낮아지면 한국 창작자가 지식재산권(IP)을 직접 보유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셴 대표는 21일 서울 세빛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대포럼'에서 'AI 네이티브 스튜디오: 기술과 제작이 결합하는 방식'을 주제로 발표하며 "중국과 미국은 AI 기초모델 층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술을 문화·창의성·콘텐츠에 적용하는 또 다른 층위에서 선도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동행미디어 시대가 'K컬처×테크: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주제로 마련했다.
셴 대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마주한 과제이자 기회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제작 경제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에 대규모로 투자했지만 한국 제작사 상당수는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거둔 성공에서 재무적 이익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AI가 제작비를 크게 줄이면 독립 스튜디오도 대형 작품에 투자하면서 IP 소유권을 더 많이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창작 인력이다. 셴 대표는 한국 창작자들에게서 "우리는 이것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며 아이디어나 재능이 아니라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배급이다. 그는 해외 마케팅 비용이 제작비만큼 들기도 하지만 시장별 반응을 시험하는 정밀 마케팅을 활용하면 작은 스튜디오도 세계 관객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는 새로운 형식이다. 셴 대표는 K팝 그룹이 영화·TV·애니메이션·상호작용형 콘텐츠를 아우르는 가상 세계관의 일부가 되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기술 경쟁력도 내세웠다. 셴 대표는 자사 영상 생성 모델 '유토파이 X'가 이미지-영상 변환 부문 1위, 텍스트-영상 변환 부문 2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독립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가 2026년9월30일 기준으로 집계한 순위에서 유토파이 X는 음성을 포함한 텍스트-영상 부문 2위였고 물리 표현과 오디오 동기화 항목에서는 1위에 올랐다.
셴 대표는 감독이 영상을 통제하는 능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그는 2024년 초기 기술을 할리우드 감독들에게 선보였다가 카메라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혹평을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진정한 돌파구는 단순히 영상을 생성하는 데 있지 않고 영화 제작자에게 영상을 연출할 능력을 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줄거리와 결말이 달라지거나 10시간짜리 시리즈를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하는 '적응형 엔터테인먼트'가 등장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구글X 출신인 셴 대표는 2022년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가상 제작·시각효과(VFX) 업체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다가 2025년 IP 개발부터 제작·배급까지 맡는 스튜디오로 사업을 넓혔다.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은 역사극 '코르테스'와 애니메이션 '더 모스트 시리어스 파트'를 제작하고 있다. 국제 방송콘텐츠 견본시 밉콤(MIPCOM) 측은 유토파이의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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