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송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남산 케이블카의 보완재로 서울시가 설치를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가 시행령(대통령령) 하나에 발목이 잡혀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령이다. 도심 숲 개발을 묶어둔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12m가 넘는 구조물을 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다. 곤돌라 중간 기둥은 35m로 설계됐다. 국회를 통과할 필요도 없고, 정부가 직접 고칠 수 있는 숫자 하나에 남산 곤돌라가 멈춰서 있는 셈이다.
22일 국가법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는 2005년 공원녹지법 전면개정으로 도입됐고 이어 시행령에 세부 기준이 마련됐다.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수십 년씩 조성하지 못한 숲이 많아 땅 주인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정부는 공원 대신 구역으로 묶어 개발만 막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12m 기준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법률·시행령 개정이유와 국회 회의록, 검토보고서 어디에도 높이 기준을 논의한 흔적은 없다. 시행령 별표는 "높이는 최대 12m, 3층 이하로 하고, 주변 미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드나드는 3층 건물을 가정한 숫자로 추정한다. 같은 조항에는 실내체육시설에 한해 22m까지 허용하는 단서가 2020년 추가됐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준을 몇 미터로 정하든 행정적 판단인 것이고, 그 숫자 하나만 30미터든 40미터든 바꾸면 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궤도시설 자체가 금지된 것도 아니다. 시행령은 허가를 받아 지을 수 있는 공공시설로 '철도 및 궤도'를 명시하고 있다.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규제의 엄격함이 두드러진다.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가장 엄격하게 보호하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도 '5km 이하, 50명용 이하'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한다. 지주 높이 기준은 따로 없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원 면적을 1센티미터라도 줄이면 안 된다는 논리"라며 "조금도 안 줄이고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게 좋은지, 전 세계 사람들이 활용하게 하는 게 좋은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지난해 이 규정을 고치려고 했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공사가 멈추자 이듬해 3월 국무조정실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11일 궤도와 방재시설에 한해 높이 제한을 풀어주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다음 달 박상우 전 장관이 면직되고 김윤덕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절차가 멈췄다. 정권 교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국토부는 "입법예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거세 잠정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달 16일 논평을 내고 시행령 개정 요구 철회와 곤돌라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불교계 환경단체들도 "전국 도시 숲에 난개발이 번질 수 있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은 이런 우려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화 대상은 궤도와 방재시설뿐이다. 그마저도 지역 도시공원위원회가 공익상 입지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경우로 한정된다. 일반 건축물에는 12m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숙박·관광시설은 지을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것을 개정하면 전국적인 난개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다소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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