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남산케이블카를 찾은 관광객들이 케이블카에 탑승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서울 도심과 남산 정상을 잇는 곤돌라를 설치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이 케이블카 독점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이 제기한 소송에 발목이 잡힌 지 2년이 지났다. 시행령 하나만 고치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정부는 찬반 의견이 갈린다며 입법예고 이후 1년 넘게 손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성과로 남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국토교통부가 해당 사업에 좀 더 행정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2일 한국삭도공업과의 소송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심에 이어 지난달 17일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남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2005년 41만7000명에서 지난해 170만명으로 약 20년 사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케이블카는 1962년 개통 이후 현재까지 64년간 2대뿐으로, 사실상 포화상태다.

이에 서울시는 추가 운송수단인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해 지주를 세우려고 남산 부지 일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근린공원으로 바꿨다. 그러자 한국삭도공업은 공원녹지법상 구역 변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을 잇는 총사업비 440억원 규모의 공사는 2024년 10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 공정률 15%에서 멈춰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계획 관련 법 규정을 해석할 때는 지정 목적과 취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 항소심 대리인이었던 이강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용도 해제 요건이 법에 한정적으로 적혀 있으니 그대로만 보겠다는 게 1심과 2심 공통된 논리"라며 "법률심(대법원 상고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남산 곤돌라 사업 재개를 위한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국토부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이다. 개정안은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에 높이 12m를 넘는 구조물을 세울 수 없도록 한 규정을 푸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시는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해 6월 11일부터 7월 21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뒤 1년 3개월째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법제처는 행정부 내 입법과정에 통상 5~7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그 2배를 넘긴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거세기 때문에 지금은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추진 여부와 시기에 대해 계속 내부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담당 과장이나 담당 국장 같은 실무자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며 "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예림 서울시 도시정비과장은 "국토부로부터 반대 의견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장 시행령 개정 절차를 재개하더라도 올해 안에는 사실상 개정이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곤돌라 준공은 빨라도 2029년 하반기"라고 전망했다. 서울시는 공사비와 향후 지급할 계약금, 현장 인력 유지·관리비 등 매몰비용이 약 1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태도에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시행령을 고쳐서 곤돌라 공사가 완료되면 오세훈 시장의 업적으로 남게 되니 그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들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면 시장의 당적과 관계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면 서울시뿐 아니라 정부의 성과로도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중구 남산케이블카에서 케이블카카 운영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