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서울 남산공원 이용객이 크게 늘었지만 남산 정상으로 직행하는 이동수단은 64년째 케이블카 2대로 변함이 없다. 케이블카는 수송 능력이 포화 상태여서 이용객들이 긴 시간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이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곤돌라 설치는 기존 사업자의 소송과 정부의 시행령 개정 지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가 정치적 진영 논리 대신 공중의 편익을 위해 서울시와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남산공원 이용객은 1192만3000명에 달했다. 2019년 982만명에서 6년 새 21% 늘었다. 코로나19로 방문이 급감했던 2020년 580만4000명과 비교하면 2배(105.4% 증가)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급증의 영향도 크다. 서울AI재단이 지난해 서울 주요 명소 16곳의 외국인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 남산 N서울타워는 일평균 5만7370명으로 명동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남산 케이블카의 수송 능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케이블카 이용객은 코로나19로 급감했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2019년 172만명 △2023년 167만명 △2024년 174만명 △지난해 170만명으로 연 170만명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이다. 1962년 개통 당시 20인승이던 캐빈이 48인승으로 커졌을 뿐 캐빈 두 대가 교차 운행하는 방식은 60년 넘게 그대로다.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이용객이 2시간 이상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다.

케이블카를 대체할 이동수단도 마땅치 않다. 남산 중턱까지 운행하는 순환버스가 있지만 정류장에서 정상까지 350m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는 데다 버스마저 붐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말과 평일 저녁에는 항상 만원이고 약 40~50분을 기다린다"며 "아예 버스 대신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남산공원 이용객의 45%인 537만명은 걸어서 산을 올랐다.

남산 케이블카의 오랜 독점 체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삭도공업은 5·16 군사쿠데타 석 달 뒤인 1961년 8월 사업 면허를 받아 이듬해부터 케이블카를 운영했다. 1977년 소관 법령이 바뀌는 과정에서 면허 만료 시점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무기한 사업권이 됐다. 한국삭도공업은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하며 막대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둬 왔다. 지난해 매출은 213억3710만원이었다. 반면 남산 국유림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국유림 사용료는 연평균 약 7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지난달 18일 개정 궤도운송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삭도공업도 2년 안에 관할 지방정부의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에 제동을 건 곳이 바로 한국삭도공업이다. 서울시가 곤돌라 지주를 세우려고 부지 일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근린공원으로 바꾸자 한국삭도공업 등이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이 2024년 10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사는 2년째 멈춰 있다. 본안 소송에서도 서울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토교통부가 공원녹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안 궤도시설의 높이 제한(12m)을 완화하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6~7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1년이 넘도록 후속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남산 케이블카의 특혜 구조를 지적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했는데도 국토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과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남산 곤돌라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의 도시경쟁력,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생각해서라도 현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며 "여러 정치적인 고려를 떠나 정부와 서울시가 뜻을 모으고, 시민의 편익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협력에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