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인정하면서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풍이 판결 직후 항소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고려아연은 무분별한 소송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이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고려아연이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추진한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이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고려아연 이사회는 같은 해 10월2일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의하며 맞대응했다.
영풍은 이 같은 결정이 최 회장 등 경영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돼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충분한 정보·검토를 바탕으로 경영상 판단을 했고 내용 역시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이 영풍 측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을 검토한 뒤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결정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사는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자사주 취득 재원을 둘러싼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 게 상법과 정관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재원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법령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선고 직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1조6000억원이 넘는 차입금 부담을 떠안았으며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해 8300억원 이상의 실질적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MBK와 영풍은 '적대적 M&A'를 위해 당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이사들의 경영 판단마저 위축시키는 협박성의 '묻지마식' 소송 남발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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