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균주와 생산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5강' 진입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규제 완화 여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산 톡신 수출이 확대되면서 업계는 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가 해외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술안보와 산업경쟁력 사이 균형점 찾기가 과제로 부상했다.

국내 톡신 산업은 세계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했지만 시장 지배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톡신 생산기업 약 50곳 가운데 17곳이 국내 기업이다. 비중으로는 34%에 달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기업들은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해외 시장 확대 속도를 늦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 2016년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해당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요건에 따라 정부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 품목허가 과정에서 제출하는 국제공통기술문서(CTD)에 관련 기술이 포함되면 수출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톡신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인데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제품 수출 과정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해외 품목허가를 위한 기술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행정 절차가 수반돼 시장 진입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부분은 글로벌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승인 준비와 심사에 통상 4~6개월, 길게는 1년가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2023년 의약품 해외 인허가 관련 국가핵심기술에 연간 포괄심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기업들은 사전 규제 자체가 남아 있는 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심사 일정이 늘어질 경우 현지 인허가와 제품 출시가 늦어져 매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 사이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 기업은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심사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되더라도 업계 체감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필요성을 원점에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기술 유출 방지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기술수출과 해외 투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규제는 완화하되 불법적인 기술 탈취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균주 보호와 생산기술 규제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혁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균주 자체를 보호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생산기술까지 국가핵심기술로 묶는 방식은 산업 발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안보 차원의 균주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기술 혁신까지 제약하지 않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약·바이오 글로벌 5강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톡신 업계는 해외 시장 성장세에 맞춰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K바이오를 대표하는 글로벌 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유지 여부에 대한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특정 기술만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가핵심기술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13개 분야 79개 기술을 전문위원회별로 검토 중인 만큼 최종 판단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