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섰지만 정비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장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정비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전문인력과 시설·장비를 확충하는 동시에 수리 후 안전성 검증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는 오토살롱테크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난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서 '2026 오토살롱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전기차 고장 나도 수리할 곳 없다'를 주제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사후관리와 정비 인프라의 현주소를 점검했으며 정비업계의 대응 방안과 정부 정책, 전문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미래 자동차 정비산업의 발전 방향이 논의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유영준 카테크 대표는 전기차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현재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시 1회 충전 주행거리 등을 우선 고려하지만 운행 기간이 5~8년을 넘어서면 어디서 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정비 인프라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배터리 상태와 차 안전을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기차 구매 단계부터 사후관리와 정비 접근성을 주요 고려 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는 미래차 기술 변화에 따른 정비산업의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고전압 배터리와 전력전자 부품 진단은 물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으로 정비 업무가 고도화되는 만큼 업계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인력의 실무 역량 강화와 시설·장비 확충, 수리 후 기능 검증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한 정비체계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병학 차량기술사회 회장은 전문 장비를 일괄 도입하기보다 예상 작업량과 투자 비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터리 내부 수리나 ADAS 교정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은 지역별 전문 거점과 협력망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선 작업 위험도에 맞춘 교육과 실기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고전압 차단과 무전압 확인, 보호구 착용, 비상 대응 등 현장 중심의 실습 교육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작업·보관 시설에 대한 기준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남 카포스 서울조합 이사장은 '서울형 전기차 정비 공동작업장'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권역별로 공동작업장을 설치하고 정비조합이나 협동조합이 정식 정비업 등록을 거쳐 운영하는 방식이다. 고전압 안전교육을 이수한 전문인력과 전용 장비·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에는 전문정비업의 작업 범위 명문화와 공동작업장 인정 기준 마련을, 서울시에는 시범사업 추진과 부지·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자동차 제작사에는 정비기술 정보 제공과 고전압 전문교육 확대를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전기차 공동작업장이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정비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 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연 2회 배터리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공동작업장에서 수리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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