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노포 중식과 정갈한 일본 가정식, 감성 에스프레소 바가 단독주택 골목 사이에 어우러진 서울 연희동의 대표 미식 명소 4곳을 소개한다. 사진은 시오의 명품 사케동 정식과 스프 카레 정식./다이어리알


홍대와 연남동의 번화함에서 한 발 비켜선 연희동은 주택가 특유의 차분함과 여유가 흐르는 동네다. 낮은 건물과 오래된 주택 사이로 카페와 식당, 작은 상점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바쁜 도심의 속도도 한결 느려지는 듯하다.

연희동 외식 상권의 바탕에는 동네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깔려 있다. 1970년대 단독주택지로 개발된 이곳은 1960년대 말 한성화교학교가 이전해 오면서 화교 중식당들이 골목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여기에 사러가 쇼핑센터 중심의 생활 상권과 최근 문을 연 박서보미술관 등 문화예술 공간이 더해지며 다채로운 미식 지형을 완성했다. 유행을 좇아 빠르게 간판이 바뀌는 번화가와 달리, 오랜 단골집과 새로운 가게가 나란히 공존하는 풍경이 흥미롭다. 단독주택의 외형을 살린 식당에서 맛보는 한 끼는 연희동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오 연희동본점

다시마로 숙성한 생연어에 일본 갓과 특제 소스를 곁들여 감칠맛을 극대화한 시오 연희동본점의 '명품 사케동 정식'./다이어리알


연희동 주택가에 위치한 '시오'는 일본 가정식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곳이다. 따뜻한 나무 소재의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 창가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인 '명품 사케동 정식'은 다시마로 숙성해 감칠맛을 끌어올린 생연어를 넉넉하게 얹은 연어덮밥으로, 특제 소스와 일본 갓을 곁들여 맛의 균형을 잡았다. 48시간 끓여낸 닭 육수에 향신료와 구운 채소를 더한 삿포로식 '스프카레 정식'과 숙성 간장 양념의 닭다리살을 올린 '삼색 야키토리 정식'도 인기다.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보는 재미와 보기 좋은 상차림, 집밥을 닮은 편안함이 시오의 오랜 인기 비결이다.

연희에스프레소바

딸기, 망고 등 제철 과일과 생크림을 폭신한 식빵 사이에 넉넉히 채워 넣은 '후르츠 산도'./다이어리알


연희동 초입, 버스에서 내려 동네로 들어서는 길목에 자리한 에스프레소 바다. 유리 쇼케이스 안에는 제철 과일을 생크림과 함께 식빵 사이에 끼운 과일 산도가 단면을 드러낸 채 줄지어 있다.

시그니처인 '연희 에스프레소'는 수제 오렌지잼과 오렌지 시럽에 에스프레소와 크림을 더해 쌉싸름함과 산뜻한 단맛의 조화를 끌어낸다. 부드러운 식빵 사이에 생크림과 계절 과일(딸기, 망고, 무화과 등)을 채워 넣은 일본식 '후르츠 산도'는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작은 잔에 담긴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산도를 곁들이며 연희동의 느긋한 오후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목란

생삼겹살을 6시간 이상 정성껏 조리해 부드러운 육질과 짭조름한 양념의 풍미를 입안 가득 전하는 목란의 '동파육'./다이어리알


오랜 경력과 방송 활동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연복 셰프의 대표 업장으로, 한때 예약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려온 곳이다. 번화한 상업시설이 아닌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대표 메뉴인 '동파육'은 생삼겹살을 6시간 이상 고아내듯 조리해 젓가락으로 갈라질 만큼 부드러운 육질과 진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다진 새우살을 식빵 사이에 두툼하게 채워 바삭하게 튀겨낸 '멘보샤' 역시 식감의 대조가 선명한 명물이다. 동파육과 멘보샤 등 주요 일품요리는 최소 3일 전 사전 예약이 필수다. 오랜 시간 쌓아온 조리 내공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중화요리와 본격적인 중국요리의 매력을 함께 선보이는 곳이다.

유우 연희동본점

특제 전용 냄비에 마블링 좋은 호주산 냉장 와규와 채소를 담아 단짠의 육수로 익혀 먹는 유우 연희동본점의 '화우 스키야키'./다이어리알


다다미방을 연상시키는 목재 인테리어로 일본 노포의 분위기를 연출한 관동식 스키야키·샤브샤브 전문점이다. 곳곳에 진열된 사케병 등이 어우러져 일본의 오래된 식당을 찾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인 '화우 스키야키'는 중앙이 솟아오른 독특한 전용 냄비에 마블링이 우수한 호주산 냉장 와규와 각종 채소를 푸짐하게 내어준다. 달짝지근한 간장 육수에 익혀낸 고기를 계란노른자에 적셔 먹는 방식으로 깊은 고소함을 전달한다. 20여 가지 재료로 8시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 샤브샤브도 차별화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