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돼 온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를 중단했다. 중복상장이 반드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기업 성장 기반 마련과 자금조달 필요성도 주주 보호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솔리다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신규 생산시설 투자재원 확보와 효율적인 자본배분을 위해 솔리다임의 IPO를 검토해 왔다. 이에 SK하이닉스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고 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중복상장 규제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상장된 모회사의 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는 경우 신주 발행 규모에 비례해 모회사 지분율이 낮아지고 투자 수요가 분산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회사 지분 일부가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되면서 기존 주주 경제적 이익이 희석될 여지도 있다.
중복상장이 반드시 기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모회사는 지분율이 낮아지는 대신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상장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늘리면 기업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솔리다임이 상장해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이 줄어든다고 해서 SK하이닉스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고만 볼 수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실질 지분율은 약 95.08%다. 솔리다임의 상장 전 기업가치를 1000억달러(약 136조원)로 가정하면 SK하이닉스가 간접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129조원으로 계산된다.
솔리다임 상장 시 공모 규모를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설정하면 솔리다임이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신규 유입 자금을 포함한 상장 후 지분가치는 약 149조6000억원이 된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실질 지분율은 95.08%에서 약 86.4%로 8.6%포인트 낮아지지만 간접 보유 지분 경제적 가치는 약 129조원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공정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면 지분율은 낮아지더라도 자회사 전체 가치가 늘어나면서 기존 보유 지분의 경제적 가치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솔리다임 성장을 위한 추가 투자 필요성도 여전하다. 솔리다임은 현재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SK하이닉스 직접투자 비중이 확대될 경우 향후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주주환원 여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기존 주주 주가 보호와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 사이에서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성장성이 결국 주주가치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자금조달의 필요성과 투자수익,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편익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상장이 늘 악재는 아니다. 기업 가치 할인 여부는 상장 자체보다 공모 구조와 자금의 쓰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할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하지만 기업 자금조달 위축 가능성도 고려해봐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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