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과학
[몸의 과학/홍정기]'근육 의학'의 시대가 열렸다
국제적인 장수 의학자들이 꼽는 장수를 위해 필수적인 신체 기능 중 두 가지는 심폐 체력과 근력이다. 다양한 추적 연구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그 효과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체격 특성, 과거 및 현재 질환, 유전적 질병, 수면, 생활 습관 등의 다양한 요인들을 모두 공식에 넣어서 분석해 본 결과, 심폐 능력과 근력이 오래 사는 것과 상관 관계가 높았다는 것이다.최근 발표되는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장수와 관련해 특히 근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연구를 통해 밝혀진 통계는 40세 초반부터 남성이든 여성이든 매년 1~2%씩의 근육을 잃는다고 한다. 즉 근육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근육 감소 현상은 50대에 들어섰을 때 많이 빠진 사람이 12% 가량 줄어들고, 적게 빠진 사람은 8% 감소한다고 한다. 70대에 이르면 25%에서 30% 정도의 근육이 빠지게 된다고 한다.근육이 중요하다고 많은 매체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근육 운동이나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근육을 만드는 운동은 힘들다'라는 선입견도 있고, 근육 운동을 해 봤는데 '근육이 잘 안 생기더라'라고 하면서 유산소 운동 위주의 운동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우리 몸에는 약 600여개의 근육이 있다. 골격근도 있지만 소화 계통에도 근육이 있고, 심장에도 근육이 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빠지는 것은 단지 골격근에서만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고, 전체 인체를 구성하는 계통들에서 근육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호흡 역시 근육들이 수축하며 가능한 기능이기 때문에 횡격막과 같은 호흡 근육이 약화되면 호흡 기능에 장애가 오게 된다.골격근의 약화는 목과 어깨, 허리, 골반, 무릎, 발목 관절 등의 자세를 변형시킨다. 빠져 나가는 근육들 때문에 뼈와 뼈로 이루어진 관절을 잘 붙잡아 주고 움직여 줄 수 있는 기능이 떨어지니 자세 변형 뿐만 아니라 관절 통증으로도 연결되어 팔이나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저하시키고는 한다. 이런 팔과 다리 움직임의 기능 저하 및 장애는 보행 자세를 바꾸고 결국 보행 기능까지 떨어뜨려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근육은 이외에도 대사 기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을 섭취한 이후 상승한 혈당을 내려주기 위해서 인슐린의 역할이 중요한데 근육은 인슐린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혈관에서 포도당을 내려주는 '혈당 강하제'의 역할을 해준다. 실제로 앉은 자세에서 발 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게 했더니 혈당을 내리는데 효과적이었다고 하고, 45분마다 한번씩 일어나서 맨몸으로 스쿼트(다리를 옆으로 살짝 벌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운동)를 10회씩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했더니 하루 종일 혈당 안정화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근육은 이 뿐만 아니라 뼈의 건강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뼈밀도를 향상시키는, 즉 뼈를 단단하게 해주고 골 감소가 일어나지 않게 해준다. 특히 엉덩이 부위의 근육을 잘 유지하고 있으면 노년에 낙상의 위험도 줄고, 설령 넘어졌다고 해도 근육이 범퍼와 쿠션 역할을 해줌으로써 더 심하게 골절되는 것을 막아주고 더 심한 부상도 방지해주게 된다.바른 자세와 보행, 노년까지 장애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건강한 뼈와 좋은 대사 기능은 근육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당뇨 전단계를 포함한 당뇨 환자가 1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근육은 당화 혈색소를 떨어뜨리고, 공복과 식후 혈당을 안정화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부작용 없는 '당뇨 치료제'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절 통증 때문에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받지만 관절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낙상의 위험도 더 높아진다. 그러나 근육을 잘 관리하면 이러한 통증과 위험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야말로 '근육 의학'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운동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윌라멧대와 국민대 교수를 역임했다. 스포츠의학·재활운동 전문가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했으며, 한국 선수트레이닝학회장을 지냈다.
[몸의 과학]내 몸 나이?…"손아귀 힘에 물어봐"
최근 왼쪽 손목에 건초염 진단을 받은 필자는 손아귀 힘, 즉 악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무리한 운동 탓인지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힘줄(건)을 감싸는 조직에 염증이 생겼다. 엄지손가락이나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있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하던 물건 잡기조차 불편해졌다. 악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니 사소한 일상조차 스트레스를 받았다.그런데 손목 회복과 근력 관리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최근 해외에서 악력을 조명한 기사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물건을 쥐는 힘을 넘어, 신체 노화와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로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지난달 25일 악력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는 '생체 지표(Biomarker)'라고 소개했다. UC데이비스의 분자운동생리학 교수 키스 바는 "악력은 전반적인 근력과 신경계 기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리나 상체의 근력과도 상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악력이 단순히 손의 힘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추적 연구도 흥미롭다. 중국에서 45세 이상 성인 9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연구에서는 악력이 5㎏ 강할수록 심장병 발병 위험이 7%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이 심장병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 해당 연구의 논문을 찾아봤다. 연구진은 악력이 영양 상태와 대사 건강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력이 심장병을 직접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읽는 단서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월스트리트저널도 4일 자 기사에서 미국 병원들이 전신 근력과 노화 상태를 가늠하기 위해 악력을 측정한다고 전했다. 특히 50세 남성의 악력 평균값은 48kg, 여성은 29㎏ 가량인데, 얼마나 강한지보다 또래에 비해 얼마나 약한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마이클 프레데릭슨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악력을 혈압, 맥박처럼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활력 징후(vital sign)'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 노화 센터는 50~60대에 본격화하는 근육량(muscle mass) 감소를 파악하기 위해 악력 강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BBC 사이언스 역시 얼마 전 근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에서 악력을 도입부에 내세웠다. 최근 '생물학적 나이' 측정이 인기를 끌면서 혈액 검사, 그리고 DNA를 활용한 후성유전학적 노화 시계 등이 주목을 받지만 간단한 악력 측정기도 이에 못지않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반론도 나온다. 국제 학술지 '노화 임상∙실험 연구'에 이달 15일 게재된 논평은 악력이 건강한 노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충분한지에 대해 기존 연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악력은 상체 근력과 관련이 많이 돼 있는데, 걷기와 일상생활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는 하체 근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악력은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일 뿐, 악력이 강해진다고 전반적인 건강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악력만 따로 키우는 운동보다 전신 근력 운동과 체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물론 악력의 가치를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복잡한 검사와 별개로 손아귀 힘의 변화를 꾸준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몸이 보내는 건강 신호를 읽을 수 있다.
MO.jpg)
PC.jpg)
![[시대포럼] "What's the Difference?" 이수만 “무엇이 다른가” #shorts](https://i.ytimg.com/vi/46iNwbKv3PA/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