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불법 원격 취업망을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은 신분을 속이고 국내 민간 업체에 취업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국은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에 지난해 북한 IT 인력의 신분 위장 취업 의혹 1건을 자체 인지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2월 A씨가 국내 IT 기업에 취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등에서 적발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 사례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한국인 신분을 도용해 취업했는지, 업무용 노트북을 제3의 장소에 둔 채 외국에서 원격으로 접속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해 외부에서 업무용 노트북에 접속하는 이른바 '노트북 농장(Laptop Farm)' 방식이 사용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다만 A씨의 신분 도용 여부와 북한 IT 인력과의 연관성, 노트북 농장 운영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노트북 농장을 활용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이 잇따라 적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은 지난달 텍사스주 등에서 노트북 농장 40여 곳을 적발하고 노트북 187대를 압수했다. 관련자 14명도 기소했다. 조사 결과 북한 인력의 위장 취업으로 미국 기업 70곳 이상이 피해를 봤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300만달러(약 40억원)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에는 애리조나주의 한 주택에서 업무용 노트북 90여 대가 발견됐다. FBI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은 이곳을 위장 취업 거점으로 활용해 3년간 미국 기업 309곳에 취업한 것처럼 꾸미고 1700만달러(약 225억원)를 벌어들였다.
최근에는 적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트북 농장을 소규모로 나눠 여러 곳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거점에서 다수의 위장 취업 사례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한 IT 인력이 이 같은 수법으로 취업을 시도한 국가는 100여 곳에 이르며, 운용한 노트북도 3만 대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사법 당국 역시 최근 자국 내 노트북 농장을 적발해 해체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원격 근무 확산으로 보안 허점이 커진 만큼 채용 시 고용 자격 확인 시스템(E-Verify)과 다중 신분증을 활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 텍사스 수사에 협력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애덤 마이어스 총괄은 "북한 취업 사기가 빈도와 복잡성 면에서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2건씩 새 사례를 적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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