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자고 있던 운전자에게 입을 헹구는 물을 주지 않고 얻어낸 음주 측정 호흡 조사 결과는 법정에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A(44)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2023년 12월9일 저녁 8시25분쯤 '도로 한가운데 차량 시동을 켜둔 상태로 운전석에서 자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세종 나성동 인근에서 차에서 자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인치했다.
A씨가 한동안 지구대 벤치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자 지구대 경찰관들은 당일 저녁 오후 8시50분쯤 A씨의 입 근처로 음주측정기 불대를 가져다 대며 음주 측정했다. 그러자 A씨는 고개를 돌려 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로 나타났다. 면허정지 기준(0.03% 이상~0.08% 미만)을 초과하는 수치였다. 이후 잠에서 깬 A씨는 1시간 후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경찰은 음주 측정 과정 전반에서 A씨에게 마실 물을 준 후 입을 헹구고 측정에 응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검사는 A씨가 면허정지 수준 주취 상태에서 3㎞를 운전했다고 판단해 음주운전 재범 혐의를 주장했다. 2019년 2월 A씨가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확정받은 만큼 10년 이내에 재범한 경우 가중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음주 측정 전 헹굼 물, 왜 문제가 됐나
논란이 된 점은 A씨가 음주 측정 당시 입을 헹구는 물을 받지 못해 입 안에 잔류 알코올이 남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과하게 측정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2항 1호 나목은 음주 측정 호흡 조사를 실시할 때 경찰공무원이 입 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수 있도록 운전자에게 음용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는 A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이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측정 결과는 위법 증거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입 헹굼 물 제공 절차 자체는 실제로 이행돼야 하는 것이지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이런 절차 이행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대체할 다른 증거가 없긴 하나 입 헹굼 물 제공 절차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며 예외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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