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유죄 판결(벌금 1000만원, 추징금 2100만원)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주된 이유는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23일 오 시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명씨가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진술한 경위와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명씨는 2021년 1월 미래한국연구소장인 김태열씨가 운전하던 차량에서 오 시장의 전화를 네 차례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 시장이 울면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이길 여론조사를 부탁하며 김한정씨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과 통화했다고 주장한 시간에 앞서 미리 설문지 파일을 명씨 동업자에게 보낸 점, 김태열씨가 통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명씨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씨 스스로 첫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아닌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진행했다고 진술한 점도 명씨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1심에서도 명씨 진술을 모두 신뢰하긴 어렵다고 봤지만, "적어도 객관적 증거나 당시 구체적 정황에 부합하는 부분 등에 대해선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에선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나 이를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술 전체를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진술이 나온 시점과 변화 과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 관련 수사를 받을 당시 오 시장의 혐의를 진술하지 않다가 오 시장이 고소 방침을 밝힌 2024년 12월부터 관련 주장을 본격적으로 내놨다. 재판부는 명씨가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사실과 추측, 과장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에선 명씨가 오 시장을 만나기 전부터 조사를 실시했고, 김 전 위원장에게 결과를 공유한 점을 들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독자적으로 조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에선 김한정씨가 오 시장을 대신해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가 항소심에서 제출한 명씨와의 통화 녹취에는 2021년 3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예.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오 시장의 요청으로 조사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는 명씨 진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명씨의 진술만으로 기소한 게 아니다. 다른 결정적인 증거의 가치를 재판부가 어떻게 평가하고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상고 방침을 밝혔다. 특히 김씨가 1심 때부터 보유한 녹취 파일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별해 항소심에 제출했다며 증거 채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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