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IT 인력이 신분을 숨기고 국내 기업에 위장 취업해 개발 업무까지 맡은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북한 IT 인력이 위장 취업 수법으로 국내 민간기업에 침투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5일 경찰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2월 북한 IT 인력이 신분을 위장하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국내 기업에 취업한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안보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북한 IT 개발자 관련 사건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의 세부 내용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정착한 비대면·원격근무 문화를 북한이 파고든 것으로 보고 있다. 6년째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시대에 "코딩 테스트나 임원 면접 등 채용 절차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며 "대기업은 해외 개발자에게 외주를 맡기는 일이 많지 않지만,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빠른 개발을 위해 외주를 맡길 수 있어 위장 취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한의 위장 취업 수법도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온라인 면접을 강화하자 제3국 엔지니어에게 대리 면접을 부탁하거나 비전문가를 면접에 보낸 뒤 원격으로 답변을 알려 주는 방식까지 활용하고 있다.
북한 IT 인력이 국내 민간기업에까지 위장 취업한 것은 외화벌이를 넘어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국내 기술 탈취와 대남 정보 수집, 나아가 해킹 공격에 국내 IT 기업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국내 위장 취업 시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북한 위장취업 인력의 원격근무를 지원하기 위한 현지 '노트북 농장'(노트북 팜)이 적발되기도 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3일 북한 인력의 원격근무를 돕기 위해 업무용 노트북을 대신 받아 준 미국인 등 14명을 기소했다. 국내에서도 조력자를 두고 노트북 팜을 운영했는진 확인되지 않았다. 황진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미국에 비해 영도가 좁은 한국에서 노트북 팜을 운영한다면 적발되기 쉽다. 국내 첩보 수집에 목적이 있다면 은밀성을 더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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