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 등원중학교 3학년 A양. 그는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전달하려는 뜻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읽는 도중 흐름이 끊겨 책을 덮기 일쑤였다. A양은 독서 탐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결 전략을 마련했다. 첫 번째 전략은 책에 나오는 각 장별 주요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를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에 적용했다. 장별 기록을 통해 작품의 주제가 '버림받은 이들의 성장'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또 각 장에서 상처를 상징하는 소재인 '아가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A양은 독서 에세이에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고 썼다.
A양은 외국 소설의 경우 문체에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소리 내어 읽는 '음독'을 하면 낯선 문체에 익숙해진다고 쓰기도 했다. 일본 작가 마치다 소노코의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에 나오는 "달리며 불현듯 덮쳐 온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고민하는 나였다"라는 문장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소리 내어 읽으니 뜻이 이해됐다는 것이다.
등원중은 교육부가 지정한 '질문하는 학교'다. 2024년 120개교로 시작한 질문하는 학교는 현재 등원중을 포함해 308개교로 늘었다. 질문하는 학교는 학생들이 구체적인 사실을 찾는 질문, 핵심 개념의 이해를 돕는 질문, 정답이 없는 질문 등을 끊임없이 던지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양의 독서 에세이도 소설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던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올해 처음 질문하는 학교로 선정된 경기 가평군 조종고등학교는 매 학기 특별한 축제를 연다. 2주간 진행하는 '질문 페스타'다. 교내에는 '질문 나무'가 세워진다. 한 학생이 나무에 질문을 붙이면 다른 학생들이 그 질문에 이어 새로운 질문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가장 많은 질문이 이어진 질문을 '베스트 질문'으로 선정해 시상한다.
학생들의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프로그램은 '질문 보물 찾기'다. 학교 곳곳에 '보물 캡슐'을 숨겨 두고, 캡슐 안에는 그동안 배운 교과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넣어 둔다. 보물 캡슐을 찾은 학생은 안에 든 질문을 읽은 뒤 교과 담당 교사를 찾아가 함께 답을 찾는다. 박미경 조종고 연구부장은 "어떤 질문도 틀린 것은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면서 표현력과 문장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이 교육 현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탐구 중심 교육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지난달 22일 찾은 등원중 3학년 국어 수업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직업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보고서 작성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주 과학자를 꿈꾸는 지민호 군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세운 뒤 보고서 작성에 열중했다. 지 군은 "탐구 질문을 먼저 정하면 자료를 조사하거나 책을 읽을 때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질문하는 학교' 연구·지원센터장인 옥현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지만, '질문하는 학교'는 스스로 날것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면서 사고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고유성을 지닌다"며 "교사들의 역량 강화가 향후 질문하는 학교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9년까지 질문 중심 수업을 이끌어 갈 교사 1만 명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업 설계와 실습, 평가 등을 포함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해력이 단순히 읽고 쓰는 언어 능력에 그치지 않고, 각 학문의 용어와 규칙을 토대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 포괄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방식도 기존의 객관식 중심에서 서술형·논술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 바칼로레아(IB)'의 국내 도입을 추진해 온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문해력을 향상시키려면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동시에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며 "최종적인 학력 평가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문해력 개선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대담] "개헌 앞서 협치부터 복원해야" | 헌정회장-서울대 명예교수 대담②](https://i.ytimg.com/vi/4nmuJ9va1pM/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