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는 건 싹 다 쏴버려!" 한미연합군을 태운 헬기가 평양 상공에 진입한다. 플레이어가 만수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본뜬 대형 조형물을 향해 기관총을 퍼붓는다. 총탄을 맞은 조형물이 무너지고, 금수산태양궁전을 닮은 주석궁이 폭격당한다. 지난 23일 국내에 출시된 미국 액티비전의 1인칭 슈팅게임(FPS)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등장하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참수 작전'의 한 장면이다.
이 게임은 북한의 남침으로 가상의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는 설정으로 인해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됐다.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6월 유튜브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된 시기에 이 게임을 공개했다. 미국이 의도한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을 두고 시작된 갑론을박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게임 플레이를 권하면서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콜 오브 듀티'는 그동안 미국과 중동, 미국과 러시아 등 실제 갈등을 빚는 국제 관계를 게임 배경으로 활용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신작은 북한 지도부의 권력 투쟁과 서울 침공을 배경으로 했다. 게임에선 북한 최고지도자 '리승호'를 강경파인 누나 '리주영'이 제거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북한군의 시점에서 진행하는 임무에선 반동분자로 지목된 사람을 다른 주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플레이어가 명령을 거부하면 상관에게 사살당하고 미션은 즉시 종료된다.
이용자들은 사실적인 묘사와 높은 몰입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선 동상을 향한 총격 장면을 두고 "지뢰 도발에 제대로 대응 못 했는데, 속이 시원하다" "정훈교육 자료로 써야 한다"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학원생 이모씨(26)는 "북한군으로 주민을 처형하게 하는 장면은 정권의 공포통치를 경험시키려는 의도로 느껴졌다. 생각할 거리가 상당히 많은 게임"이라고 호평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게임 내용을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체제 훼손과 최고지도자의 존엄 모독에 민감하다. 심각한 모독이라고 판단하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2014년 미국에선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 소니픽처스가 해킹을 당해 내부 자료가 유출된 전례가 있다.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게임업계에선 정치적 논란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GTA(액션게임)에서 경찰을 공격한다고 이용자가 경찰을 적대시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국내는 젠더 문제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현이 논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게임 개발에 제약이 많다. 국내 게임사였다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기획 단계에서 배제했을 거다. 해외 개발자들이 우리보다 소재 선택에서 자유로운 셈"이라고 말했다.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분하고 허구와 현실의 차이를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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