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3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민간소비는 위축된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가계와 취약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언하는 모습./한국은행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끈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민간소비는 오히려 감소해 수출 호황과 내수 부진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금리가 더 오르면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기 대비 1.0% 성장했다. 한은이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3분기 전망치 0.3%를 0.7%포인트 가량 웃돈 수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전망을 웃돈 부분이 연간 성장률을 0.35%포인트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장을 이끈 동력은 수출과 투자였다. 수출은 2.3%, 설비투자는 4.1% 늘었다. 이 국장은 반도체의 성장 기여율을 절반가량으로 추정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0.2% 감소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은 주식 거래량 감소와 완성차 업체 파업을 일시적 요인으로 꼽고 4분기부터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높은 가계부채와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어 민간소비 개선세가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가계의 온도 차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신한투자증권이 에프앤가이드 자료로 집계한 비금융 회사채 발행사 297곳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8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9조원의 3.6배였다. 한은은 기업 소득이 가계로 넘어가기까지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3분기 깜짝 성장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끈 '외화내빈'형 착시다. 자본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은 고용 유발과 소득 이전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수출 호조가 내수 소비로 흐르는 이른바 '낙수효과'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8월에는 3.00%로 인상한 뒤 이달 22일 동결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 주택담보대출이 10조5000억원 늘고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며 다음달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최종금리를 올해 말 3.25%, 내년 말 3.50%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한은이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이미 커진 상태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 8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76%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 8월 말 국내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86%로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10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민간소비가 역성장한 상황에서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그는 "만약 여기서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린다면 누적된 부채로 버티던 취약 차주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더 심각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