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음악평론가


"인공지능(AI)이 교향곡이나 협주곡도 멋지게 써낼 수 있는 거 아냐?" 콘서트홀에서 뒷줄 관객들이 주고받는 말이 들려왔다. "광고나 영화음악 같은 건 쉽게 만든다던데." 음악 창작 AI인 'Suno'는 지난해 누적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 AI로 만든 가상 가수, 자니아 모네의 곡은 지난해 9월 빌보드 R&B 디지털 송 세일즈 1위에 올랐고, 두 달 뒤에는 다른 AI 가수의 노래가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의 정상을 차지했다. 나 역시 뒷자리 관객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슈베르트가 두 악장만 쓴 미완성 교향곡도 네 악장으로 완성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AI가 이런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달 초 한 강의에서 '아델라이데 협주곡'을 소개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열 살 때 쓴 곡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우스 카자드쉬가 1933년 악보를 공개했다. 그런데 1977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85세가 된 카자드쉬가 "사실 이 곡은 내가 쓴 작품"이라고 밝힌 것이다. 마침 그 강의에는 모차르트의 평전을 쓴 전문가도 참석했다. '아델라이데 협주곡'을 함께 들은 뒤 그는 "모차르트 특유의 동기 등이 들어있지만 결국 그의 특징들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이다. 모차르트는 작품마다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데, 이 곡에서는 그런 매력을 찾을 수 없다"고 평했다.

얼마 전 다른 자리에서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0번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말러는 다섯 개 악장으로 된 이 작품을 끝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말러가 완성한 부분은 1악장 전체와 3악장 첫 30개 마디뿐이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간략보'로 남았다. 간략보란 선율과 베이스 음 등 중요 성부나 강조하려는 악기 파트만 기록한 악보를 뜻한다. 어떤 부분은 한 줄짜리 선율로만 이어지지만 전체 곡의 구조는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한 마디 수까지 나와 있다. 건축가가 건물의 방 배치와 치수까지 도면에 적었지만 건축에 사용할 재료, 색상, 장식 등은 적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AI 음악 생성 플랫폼인 수노(Suno)의 편집 화면(왼쪽 위)과 구스타프 말러가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10번의 자필 악보 및 말러 사진. AI와 여러 음악가가 미완성 작품의 완성을 시도하지만, 원작자의 개성을 재현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수노, Wikimedia commons


영국 음악학자 데릭 쿡이 1960년 말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의 '완성' 작업에 착수했다. 5개 악장 전체 악보가 완성된 '말러 교향곡 10번 연주회용 버전'은 1964년 영국 프롬스 음악축제에서 초연되고 이후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오늘날 오케스트라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정착했다. 이 밖에도 클린턴 카펜터, 조셉 휠러, 레모 마체티, 루돌프 바르샤이, 니콜라 사말레, 요엘 감주 등 수많은 음악학자와 작곡가, 지휘자들이 자기만의 '말러 10번 버전'을 내놓았다.

여러 버전의 연주를 비교 감상한 음악 동호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오늘날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쿡 버전에 대해선 '상상력이 부족한 듯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채로운 음색을 실험한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과 비교할 때 음향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마체티나 바르샤이, 카펜터 판에 대한 평은 이와 정반대였다. 공통적으로 '화려하지만 말러답지 않은 색채가 너무 많이 느껴진다'는 평이 다수였다.

AI에게 모차르트 풍의 협주곡을 작곡하거나 말러 교향곡 10번의 오케스트라 작업을 완성하도록 지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위 두 사례에서 원 작곡가 이외에 다른 사람의 두뇌가 개입한 결과는 '작곡가의 특징을 적당히 따서 붙였거나' 반대로 '상상력을 지나치게 개입시킨 나머지 작곡가 특유의 개성이 사라진' 작품이었다. AI의 창작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여기서 유효한 패턴을 추려내 작곡가의 특징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나 말러처럼 위대한 작곡가의 진정한 가치는 늘 자신의 표준적인 특징을 뛰어넘는, 작품만의 개성을 낱낱의 곡에 불어넣는 데서 드러났다. 이런 과제는 데이터 수집과 편집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위대한 작곡가의 명곡을 AI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이미 있었다.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는 2019년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의 3, 4악장을 AI로 생성했다. 독일 카라얀 연구소와 AI 스타트업 '플레이폼'은 베토벤이 9번 교향곡 이후 남긴 스케치를 바탕으로 2021년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완성했다. 평가는 엇갈렸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슈베르트 '미완성'에 대해서는 "진부하고 상투적이며 미학적으로 순진하다", 베토벤 교향곡 10번에 대해서는 "후기 베토벤 특유의 열정이나 실험성이 빠져있고 이질적인 악구가 자주 등장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환경 속에서 앞으로는 더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 등장할까? 인간인 작곡가에게는 자기만의 성격과 욕망, 꿈이 있다. 좋아하는 계절이나 시간대도 사람마다 다르다. AI에는 욕망이 없다. 예술가의 개성은 개인의 성격과 욕망, 깊은 내적 감동의 표현이다. AI가 정보의 편집을 넘어 진정한 예술적 감동이라는 산출물을 내놓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그것은 언제쯤일까? 섣부른 예언은 피하고 싶다. 역사상 적중한 것으로 판명된 예언들도, 수많은 억측 중 살아남은 하나를 나중에 정당화한 것에 불과했으니.
유윤종 음악평론가는 동아일보 음악 전문기자 출신으로 독일특파원, 문화부장, 문화기획팀장을 거쳤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장과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장을 지냈다. '푸치니'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차이콥스키의 비창교향곡' 등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