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해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최대 20% 차등 적용한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뿐 아니라 채무조정과 금리 부담 경감 노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타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평가 대상은 국내 17개 은행이다. 자산 규모와 영업 형태에 따라 대형은행, 중소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상대평가한다. 금융감독원이 평가 실무를 맡고 민간위원장이 포함된 평가위원회가 결과를 확정한다.

평가 항목은 자금공급(35%), 채무조정(35%), 지배구조(10%), 사회적배려(10%), 비금융서비스(10%) 등 5개 부문이다. 단순 대출 공급액뿐 아니라 금리 수준과 채무조정 이후 정상 상환 유지 여부 등 실질적인 지원 효과도 반영한다. 은행의 자체적인 포용금융 노력에는 전체 배점의 10% 수준에서 가점을 부여한다.

평가 결과는 S·A·B·C 등급으로 나눠 공개한다. 평가 등급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최대 20% 가중하거나 감경한다. 우수·양호 등급을 받은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도 10% 이내에서 감경받을 수 있다.



올해 실적에 대한 첫 평가는 시범 운영하며 내년 3월 우수기관을 발표한다. 인센티브와 페널티는 차년도 평가부터 적용하고, 평가 대상도 내년부터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체계도 개편한다. 연체 후 5년이 지나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했을 때 상환능력이 없으면 시효를 완성하고, 15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재산 은닉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소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체 15년 이상 장기연체채권 4조9000억원을 내년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연체 5~7년의 5000만원 이하 부실채권 4000억원도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자체 소각하거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해 정리할 방침이다.

기관마다 달랐던 부실채권 관리기준도 통일한다. 금융공공기관의 상각채권을 캠코에서 일원화해 관리하고, 같은 상황의 채무자가 관리기관에 따라 다르게 취급받는 문제를 개선한다. 공공기관이 민간 채권추심회사에 업무를 위탁할 때도 관리·감독 체계를 갖춘 회사를 활용하도록 해 채무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채무조정 시기도 앞당긴다. 그동안 보증부 대출은 보증기관이 금융회사에 빚을 대신 갚는 대위변제 이후에야 채무조정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 통상 3~6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대위변제 이전에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대출채권 상각 이후에만 가능했던 원금 감면도 상각 이전에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관련 개선방안은 올해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이날 IBK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금융소외계층에 3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희망On-IBK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중·저신용자에게 최대 2000만원을 연 4.9% 단일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대출을 총 1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IBK미소금융재단에 최대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포용금융은 정부가 요청하고 금융권이 화답하는 수동적인 과제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금융회사가 스스로 포용금융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