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학생들과 다 같이 교실 뒤에 서 있는 사진에서 교사만 나체로 합성한 사례도 있어요. 최근 인근 중학교 남학생에게 불법 촬영을 당한 뒤 딥페이크 피해를 본 교사는 심한 충격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어요."

한현정 인천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교실을 덮친 딥페이크 성 착취물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며 소개한 사례의 일부다. 10대들 사이에서 딥페이크가 놀이문화처럼 확산되면서 10대들이 사이버 성범죄의 주요 피의자가 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6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중학교 남학생 13명을 검찰 또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겼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8월 여학생들의 사진을 성적 영상물에 합성해 SNS로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는 불법 촬영 혐의도 받고 있다.

교사도 10대들의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제주에서는 교사를 불법 촬영한 뒤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중학생이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에서는 졸업앨범 사진으로 교사 딥페이크물을 제작·유포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별다른 기술 없이도 사진 합성이 가능한 생성형 AI가 널리 보급되면서 10대들의 사이버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시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 집중단속에서 피의자 1541명 중 10대가 723명(46.9%)으로 가장 많았다.

기술의 발전 못지 않게 성적 합성물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정서도 10대 딥페이크 성범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실태 및 형사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에서 딥페이크 범죄 가해 청소년 9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5명은 성적 욕구 충족이 아닌 재미나 장난 등의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답했다.

이 심층 면접 조사에선 "딱히 범죄라고 생각 안 했다", "단순 호기심밖에 없었다", "골탕 먹이려고 했다"와 같은 진술이 나왔다. 한 10대 가해자는 "범죄라는 사실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며 자기 행동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학교에선 딥페이크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심층 면접자 9명 중 6명은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육 내용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또 다른 10대 가해자는 "강사가 학교에 와서 강의한 게 아니다. TV로 교육 프로그램을 틀어줬는데, 대다수 애들은 자기들끼리 떠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졸업 앨범이 종이 책자뿐 아니라 디지털 파일로 배포되면서 학생과 교사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현정 인천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가해자는 졸업 사진으로 교사 딥페이크물을 만들고, SNS를 통해 교사의 실명과 학교, 지역, 나이까지 공개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교사나 여학생들이 졸업 앨범 촬영을 거부하면 유난스럽다는 시선이 따라와 사진 촬영을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는 문제의식 없이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있어 처벌 강화만으로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 차원에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한 심층 면접자 9명은 실제 처벌 결과를 보여주는 이른바 '충격 요법'을 제안했다. 한 10대 가해자는 "성범죄로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경각심이 들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10대 가해자는 10대들의 'SNS 이용 제한'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호주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한 데 이어, 여러 나라에서 10대의 SNS 이용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