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제19지원사령부가 9월23일 경남 진해 탄약항에서 한국순환배치전력(KRF)의 군수 물자 및 장비 항만하역 작전을 공개했다./뉴시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유사시 회원국들의 군수물자를 한반도로 이송하는 다국적 군수지원체계 구축에 나서 주목된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조치지만, 미·중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을 겨냥한 미 육군의 다영역임무단(MDTF) 한반도 배치 가능성과 맞물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미 수송사령부에 따르면 유엔사는 지난달 26~2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제10차 군수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유엔사 회원국의 군수 분야 고위관계자와 국방 관리, 작전 장교 등이 참석했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18개국이다.

'통합 군수지원의 억제력'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한반도 작전 전구의 전략적 환경과 역내 위협을 평가하고, 다국적 군수지원 작전에 필요한 승인·허가 절차를 표준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미군 지휘부가 인도태평양 전역에 군수물자를 보급할 거점기지를 한반도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잇달아 밝힌 가운데 행사가 열렸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사 군수참모부장인 진 H. 박 육군 준장은 "군수는 전략적 억제의 결정적 수단"이라며 "다국적·민간 군수지원체계가 긴밀하게 연계되고 필요할 때 즉각 확대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전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 겸임)은 지난 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서면 답변에서 국무부와 각 군, 방위산업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지원할 역내 군수지속지원거점(regional sustainment hub)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프 힐버트 미 8군사령관도 지난 5월13일 미국 육군협회(AUSA) 주관 태평양육군 심포지엄(LANPAC)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역할과 MDTF 배치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반도는 제1도련선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 위치상의 이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전진 군수거점으로 활용하면 태평양을 가로질러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전방 전개가 가능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본토에서 약 9000㎞ 떨어진 한반도까지 군수물자 전개에 2~4주가량 걸리는 만큼 중국 해군력의 서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고 제1도련선 방어를 뒷받침하려면 인접한 한반도에 군수거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런 구상의 배경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그간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가 허브였지만, 미국은 한반도와 역내 유사시 주한미군기지가 공급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가 미군 주도의 다국적 군수지원 거점으로 기능하면 한국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미·중 군사적 충돌 시 한반도가 후방 군수기지로 활용되면 중국의 반발은 물론 한국이 원치 않는 역외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다국적 군수지원의 전방 허브로 구축되더라도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의 역할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물자 집결·분배와 전개 병력 지원을 맡는다면 일본은 유엔사 파견국의 병력·항공기·함정이 한반도로 진입하기 전 거치는 전략적 후방거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