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교육청 전경./교육청


경북지역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시중보다 비싼 음료수를 판매하는 자판기 운영을 방치하면서 정작 운영업체에는 임대료 30% 감면 혜택까지 제공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교육청 산하 일부 고등학교 자판기에서는 음료수가 시중 판매가격보다 두 배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도매원가의 3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자판기 운영업체들은 2025년부터 공유재산 사용료 30% 감면 혜택을 받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음료수 판매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경북교육청도 이를 학교 자판기 운영업체에 적용했지만 정작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조치는 뒤따르지 않은 것이다.

당초 입찰조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구미 금오고등학교는 자판기 운영업체를 선정하면서 음료수를 시중 판매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도록 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금오고등학교 자판기에서는 포카리스웨트 500㎖가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구미대학교에 설치된 자판기의 동일 제품 판매가격도 2000원으로 확인됐다.

학교가 내건 시중가 이하 판매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계약서상 판매가격 준수 의무와 해지 조항에 따라 계약 위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2024년부터 제기됐다. 본보는 2024년 12월 23일 <'털게 없어 학생 주머니 터나…경북교육청 자판기 폭리 논란' > 보도를 통해 학교 자판기 판매가격이 시중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사례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학교별 판매가격 차이도 컸다. 파워에이드 240㎖는 700원에서 최고 1500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고 포카리스웨트 240㎖ 역시 800~1200원으로 제각각이었다. 특히 파워에이드의 경우 최저 매입원가 500원과 최고 판매가격 1500원을 비교하면 무려 3배에 달해 학생들을 상대로 과도한 판매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입원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차이가 확인됐다. 파워에이드 240㎖의 매입원가를 500원으로 제출한 업체가 있는 반면 1050원으로 신고한 업체도 있었다.

또 포카리스웨트 500㎖는 인터넷에서 소비자가격 약 105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데도 일부 업체는 매입원가를 1250원으로 신고했다. 동일 제품의 매입원가가 크게 차이 나면서 원가 산정의 적정성과 판매가격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 밖 출입이 제한된 학생들을 사실상 고가 판매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교가 학생들의 구매 선택권을 제한하면서도 판매가격과 계약조건에 대한 관리마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 30개교 가운데 17개교는 자판기 운영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했고 절반이 넘는 학교에서는 판매가격마저 업체가 책정하도록 했다.

여기에 구미지역 4개 학교의 자판기를 특정 업체가 대표자와 사업체 명의를 달리해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학교별 계약의 공정성과 경북교육청의 관리·감독 책임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학교 자판기의 시중가보다 높은 판매가격에 대해 구미 선주고등학교 관계자는 "원가나 판매가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현황 파악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가 자판기 설치를 허용하고도 판매가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격 관리와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경북지역 학교 자판기 논란은 단순히 음료수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를 넘어섰다. 시중가 이하 판매라는 입찰조건의 이행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운영업체에는 임대료 감면 혜택이 제공됐고 특정 업체의 차명 운영 의혹까지 불거졌다.

학생들의 학교 밖 출입을 제한하면서 자판기 업체에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가 정작 학생들의 가격 부담은 외면했다면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반복된 문제 제기에도 개선책 없이 계약의 적정성만 강조해 온 경북교육청 역시 학생 권익보다 업체의 영업 편의를 우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