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셀프 스토리지' 업장. M(미디엄), L(라지) 등 크기별로 구분된 창고들이 줄지어 있다./황지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계절별 옷에 책까지 집에 보관하다가는 걸어 다닐 공간도 없어요."

취업준비생 A씨(26)는 매달 10만원을 내고 '셀프 스토리지'(공유창고)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전용면적 23.2㎡(7평) 크기의 원룸에 살고 있다. 이사할 형편은 안 되고, 방은 좁은데 짐은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룸 인근 공유창고로 짐을 옮겼다. 셀프 스토리지는 독립된 보관 공간을 월 단위로 빌려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임대형 창고 서비스다.

원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공유창고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창고는 통상 이사 일정이 맞지 않거나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임시로 짐을 맡기는 공간이었는데, 최근엔 '좁은 집'에 사는 청년들이 상시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 업체 '아이엠박스'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이용객 7765명을 대상으로 이용 목적을 조사한 결과 '집 수납 공간 부족'이라는 응답이 69.5%(5396명)에 달했다. '이사나 인테리어 공사 전후의 임시 보관' 목적이라는 응답은 14.1%(1097명)에 그쳤다.

이용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아이엠박스가 2024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결제 데이터를 집계해보니 개인 고객은 평균 12.8개월을 이용했다. 아이엠박스 측은 "이사 목적 고객의 평균 이용 기간은 2.9개월이었다. 수납 공간 부족 등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의 평균 이용 기간은 1년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공유창고를 이용하는 주요 이유는 월세 부담으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보증금(500만원)으로 한 평(3.3㎡)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 해도 월세를 10만원 이상 더 내야 한다. 공유창고를 이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있는 16.5㎡(5평) 원룸에 사는 박하민씨(26)도 월 보관료 15만원을 내고 공유창고를 6개월 이상 사용했다. 그는 "짐을 본가(전남광주 여수)로 보내자니 바로 꺼내 쓸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공유창고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전월(67만5000원)보다 5.2% 오른 71만원으로 집계됐다.

아이엠박스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월세 오름세가 이어지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집을 넓혀 이사하기 힘든 사람들의 공유창고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가구의 주거 면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만 19~34세인 청년 가구의 1인당 주거 면적은 2024년 31.1㎡로, 2023년(32.7㎡)보다 1.6㎡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청년의 1인당 주거 면적이 29.7㎡로 비수도권(32.8㎡)보다 좁았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청년 가구 비율도 2024년 8.2%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최저 주거기준은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수준을 의미한다. 1인 가구의 최저 주거기준은 방 한 개, 면적은 14㎡ 이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대에 "월세 부담이 큰 청년들의 공유창고 수요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청년을 위한 공유창고를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는 '좁은 집'조차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