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천지 의혹 제기를 비공개로 사과한 데 이어 당 차원의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친청(친정청래)계는 공개 사과와 정당법 위반 조사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친청계가 주장해 온 윤리감찰은 김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떨어져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의총에서 뜻을 모은 대로 당내에서 종교의 정치 개입 우려가 사라지도록 당은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대해 "증거는 없다. 신천지가 일정하게 작동해서 움직이려 했던 흔적과 증거는 있었으나 그것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사실 또는 본의와 다르게 피해를 보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경쟁 후보였던 정청래 전 대표 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반발했다. 이날 공개 최고위에 불참한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은 SNS에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민석 대표로부터 '신천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란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당원과 지지자 앞에 제기한 의혹을 왜 국회의원들 앞에서만 사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 대표께서는 당원과 지지자들께 공개 사과하시고 3자 비밀 연합 발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원래 3자 비밀연합은 없었는데 무슨 증거가 나오겠느냐"며 "비공개 의총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몇 마디로 끝낼 문제냐"고 말했다. 그는 "정당법 52조 위반 여부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법 52조 2항은 당대표 경선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친청계는 윤리감찰 등 당 차원의 책임도 거론해 왔다. 정청래 전 대표는 3자 비밀연합 의혹을 제기한 김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윤리감찰단에 감찰 지시하는 것"이라며 "조사에서 (신천지 의혹을) 근거 없이 제기한 것이라고 나오면 징계해야 명확하게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윤리감찰단은 당대표 지시로 감찰에 나서는 직속 기구다. 당대표 본인이 대상인 이번 사안에서는 감찰단이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당 차원의 감찰·조사가 징계로 이어진 대표 사례는 △2020년 9월 재산 신고 누락·부동산 의혹을 받은 김홍걸 당시 의원 제명 △지난 1월 공천헌금 의혹 등을 받은 김병기 의원 제명 △지난 4월 성비위 의혹으로 탈당한 장경태 의원에 대한 제명 해당 징계 등이다. 모두 당대표가 아닌 개별 의원이 대상이었다.

남은 방안으로는 윤리심판원 직권조사 정도가 꼽힌다. 민주당 당규 제7호 제22조는 당대표,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장이 당원의 해당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사 명령 권한을 쥔 당대표가 스스로 리더십을 흔들 명분을 만들 이유가 없어서다. 다만 윤리심판원장의 직권 판단은 변수로 남는다. 윤리심판원은 지난 1월 장경태 의원의 성비위 의혹 등에 대해 원장 직권으로 조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친청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202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2028년 총선을 이 사안 하나만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리더십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 내부에선 내부 총질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민석에 대한 친청계뿐 아니라 당원들, 국민들의 불신도 확대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어도 내년 초쯤 되면 당내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 본인이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대로는 28년 총선을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