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 8·17 전당대회 당시 제기했던 이른바 신천지 개입 의혹에 대해 3일 "증거가 없었다"며 고개를 숙인 것을 놓고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당시 당권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 연합 결성'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조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것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당의 통합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며 김 대표를 릴레이 옹호했고,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4일 "김 대표가 공개 사과를 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신천지 의혹은 전당대회 기간에 친명(이재명)계와 친청(정청래)계로 당을 갈라지게 하고, 지금도 계파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는 중대 사안이다. 특정 종교 세력과의 유착이라는 낙인은 당원들의 정서적 반감을 자극하며 김 대표 득표에 활용됐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도 "상당한 정도의 집단적 가입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발표를 취소하고 눈물까지 보이며 사과한다고 하니 무슨 영문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김 대표는 신천지가 당내 특정 세력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해당 의혹을 7월 처음 제기한 이후 전당대회 내내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관련 사실관계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특정 종교집단이 공당에 조직적으로 들어왔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과거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국민의힘 집단 가입 의혹 등에 대해 약 8개월 수사 끝에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등을 기소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경선 경쟁자와 그를 지지한 당원들에게 '사이비 종교와 연계됐다'는 낙인을 찍은 흑색선전이다. 어느 쪽이든 명확한 검증 없이 덮고 갈 수는 없다.
당원의 눈과 귀를 가리는 허위사실로 선거를 치르고, 그 과실을 챙긴 뒤 비공개 의총 자리에서 짤막한 사과로 덮으려 한다면 책임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떤 구체적인 의혹이 확인됐는데도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덮고 가려는 것이라면 국민의힘 수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

김 대표는 사태를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당시 어떤 근거와 판단으로 그러한 의혹을 제기했는지 전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청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당법 52조(상대 후보자에 불리한 허위사실 공표) 문제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 '있다'는 주장에 증거가 필요했듯이 '없다'는 결론에도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의혹을 해소하려면 먼저 조사 보고서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 또 공개된 자리에서 당원과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파악된 진상이 미진하다면 사법 당국의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