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정치 양극화와 정치 혐오증을 키우는 정치인들의 막말 경쟁을 막으려면 폭언을 한 국회의원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는 등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막말에 벌금이나 출석 정지·세비 삭감 등의 제재를 가하는 독일, 영국 의회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의원(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을 포함해 14건에 달한다. 21대 국회는 2건, 20대는 1건, 19대는 0건이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조작기소 특별검사법(특검법) 강행 처리를 시도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자리에 여야 대치만 남았고, 민생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또 다시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았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게 "나 같으면, 법률비서관이었으면 자살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다"고 했다.

김태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곳을 빗대 김용민 의원에게 "부엉이바위에 긁혔느냐"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띄어 쓴 '이재 명을 끊을 때'라는 댓글을 SNS에 남겼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 부모 묘소를 찾은 뒤 페이스북에 "본인 부모 묘소부터 옮겨야 한다"고 적었다.

이선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막말 경쟁의 배경으로 정치 양극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를 꼽았다. 그는 "정책 중심 국감보다 자극적인 쇼츠가 쉽게 이슈가 되고 자신을 홍보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극단적인 지지층은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단어에 열광한다"고 했다.

거친 언어의 대가를 보여준 사례로는 미국 중간선거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서 소장은 "물가 상승 등 경제 이슈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미국 유권자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막말에 비용이 따르도록 공천 불이익을 주는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의 내부 규율과 제도화 방안을 찾아야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서 소장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처럼 전체 국민이 선택하면 (정치인이) 전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양당 공천을 위한 경선에서 당원의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두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본경선에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했다. 최근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출 때 당원 비중은 민주당 70%, 국민의힘 80%였다.

해외 의회는 막말에 대가를 물린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해 10월 질서 위반 벌금을 기존의 2배인 2000유로(약 301만원)로 올렸다. 회의 주간 3주 안에 경고를 3번 받으면 벌금이 자동으로 부과된다. 영국 하원은 의장이 의원을 호명하면 표결로 출석을 정지한다. 정지 기간은 첫 번째 5회의일, 두 번째 20회의일이고 이 기간 세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호주 하원은 의장이 표결 없이 1시간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