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과세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내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과세가 2년 더 미뤄진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 차익 중 연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20% 세율을 매기는 과세안은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확정됐다. 애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과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2023년으로 1년 미뤄졌고 이후 두 차례 2년씩 더 유예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이 네 번째 유예로, 시행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어서 정책 신뢰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예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 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미국과의 정보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진다는 점이다. 내년에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시장이 해외에 비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업계·국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가상자산 규율 체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유예 기간에 과세 제도를 손질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3년 동안의 손익을 통산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추진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은 이미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다. 해외 거래도 빠짐없이 과세할 수 있도록 국내외 과세자료를 연계·분석하는 인프라도 확충한다.

정부는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팀을 꾸려 세부 과세 기준과 신고 편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내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