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보는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한장면이다. 채소를 재배하는 일부터 아궁이를 만드는 작업까지 모두 내 손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그맨 김병만을 필두로 연예인들이 극한 자연 속에서 생존해 나가는 <정글의 법칙>에서도 직접 만든 도구로 사냥하고 밥을 지어 먹는다.
이렇듯 여러 프로그램이 자급자족을 모티브로 탄생하기도 하고 기타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먹는 미션이 자주 주어진다. 유기농 웰빙 라이프를 꿈꾸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
한동안 각종 콘텐츠에 복고열풍이 불더니 이젠 과거로 회귀하는 정점에 이른 듯하다. 가장 원시적인 경제 형태인 자급자족경제가 뜨고 있다. 각종 광고에 출연하며 '대세남'으로 자리잡은 배우 유연석의 경우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해 모든 세대에게 골고루 인기를 얻었다. 바로 그의 삶 자체가 'DIY'(Do It Yourself)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천연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라벤더 미스트를 만들고 MC들을 위한 테이블을 30분 만에 만들어 선물했다. 평소에도 단돈 50만원으로 원목을 구입해 책상부터 텔레비전 받침대, 책장, 아일랜드식탁까지 모두 손수 만들어 집을 꾸몄다고 했다. 그는 'DIY 능력자'로 불리며 지금도 '유연석 천연화장품 만들기', '유연석 원목가구 따라하기' 등의 검색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성만점' DIY 열풍
DIY는 합리적이면서도 개성을 표현하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든다는 매력과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경제적인 이점이 플러스 작용을 한 것이다.
'DIY 열풍'이 불면서 곳곳에는 가방공방, 금속공방, 화장품공방, 향수공방 등이 생겼다. 실용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방을 찾는 소비자부터 체험학습을 원하는 아이들, 지루한 데이트 방식에 지친 연인들까지 계층도 다양하다. 예컨대 연인의 경우 향수공방에서 서로에게 어울릴 만한 향수를 만들어줄 수도 있고 금속공방에서는 커플링을 직접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작할 수 있다.
화장품부터 금속까지 다양한 공방이 생겼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가구공방이다. 가구공방은 가장 먼저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DIY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가구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할 수 있고 자투리 공간에 딱 맞게 맞춤가구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물론 손재주가 없는 독자에게 DIY가구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DIY가구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저렴한 가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대부분 DIY가구인 경우가 많다.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이 설명서에 따라 나사를 맞는 위치에 조립하기만 하면 가구가 뚝딱 만들어진다.
필자도 조립용 테이블과 의자를 구매해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설명서와 나사, 드라이버 등 필요한 공구가 함께 배송돼 쉽게 조립할 수 있었다. DIY의 불편함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조립하는 과정도 재미 있었다.
앞으로 DIY가구시장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이유고, 대형업체들이 DIY시장에 뛰어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가격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DIY, 투자 또는 창업기회로
DIY 열풍을 이끌 주역으로 이케아를 빼놓을 수 없다. 올 한해 가구업계 최대 이슈가 한중 FTA와 함께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었다는 것만 봐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전세계 350여개 매장에서 연간 43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가구공룡' 이케아가 오는 12월18일 매장을 오픈한다.
벌써부터 이케아의 성장을 예측하는 자료가 쏟아지고 있는데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5개 점포를 기준으로 매출 5700억원을 올리며 가정용 가구시장에서 19.9%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심이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 오픈하기 전부터 이케아의 제품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불만과 함께 조립형 가구가 한국인의 빠름을 추구하는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가격은 저렴할지 몰라도 배송하는 비용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걱정스런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DIY라는 새로운 트렌트에 맞춰 투자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독자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주식도 해외직구가 가능해진 시대지만 아쉽게도 이케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상장되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전략으로는 관련이 있는 기업을 대안으로 찾거나 혹은 창업의 기회로 삼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
먼저 대안으로 DIY 열풍 속 '조립'에 눈을 돌려보자. 한번이라도 DIY제품을 조립해본 독자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DIY가구에 한번 꽂히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연장'에 대한 욕심이다. 5∼6년 전만 해도 전동공구는 전문가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가정주부도 쉽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전동공구세트를 혼수로 챙기는 신혼부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종 전동공구가 홈쇼핑이나 모바일 소셜커머스에서 추천상품으로 올라오는 가운데 국내 브랜드로는 계양전기, 해외 브랜드로는 보쉬가 대세다.
해외주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가정용 공구의 모든 컬렉션을 갖추고 심지어 렌트도 해주는 홈디포(Home Depot)와 로우스(Lowe's)에 관심을 가져보자. DIY시장이 갈수록 커져서 집안의 크거나 작은 공사, 수리를 직접 하는 시대가 오면 홈디포나 로우스 역시 한국에 진출할지도 모른다.
1인 창업의 관점에서도 DIY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대형가구 조립이나 부엌설비, 거실조명 등은 직접 작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수리전문가를 일컫는 '핸디맨'이 엄연한 직업군으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손재주가 있고 주위에서 맥가이버로 불리는 독자라면 취미를 넘어 돈도 벌 수 있는 새로운 일거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