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사는 A씨는 칠순을 넘긴 어머니를 위해 보험에 가입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건강식품, 효도여행 등도 좋지만 보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위한 보험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연세가 많아 가입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3년 전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를 받았던 A씨 어머니의 병력은 보험가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보험사의 심사나 건강진단 없이 가입할 수 있는 무심사·무진단보험도 고려해봤지만 보장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해 고민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노부모에게 현금 대신 보험을 선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암, 고혈압, 치매 등 큰 병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 부모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사들은 어버이날이 포함된 5월, ‘가족애’와 ‘효심’을 강조한 효도 마케팅에 나섰다.


 


◆고령자보험 활성화… 민원도 비례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조기 사망자가 줄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종신연금에 적용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성 80세, 여성 85.9세였지만 지난달부터 남성 평균수명은 81.4세, 여성은 86.7세로 늘었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70세 이상 노인들은 늘어난 수명에 대해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보험가입률은 3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2010~2012년 입원과 통원을 대상으로 고령자 의료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70세 이상 보험 가입자 수는 128만명, 가입률은 31.9%에 그쳤다. 상해·치매 등으로 병원에 장기입원하는 고령자들이 보험수혜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질병 및 상해를 보장해주는 실버보험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실버암보험, 노인실손보험 등 늘어난 수명에 맞춘 고령자보험이 늘어났다. 그간 65세까지 가능했던 보험가입연령은 70~75세로 높아졌다. 각 보험사들은 개별상품 출시를 중심으로 고연령층 공략에 나섰다.

 


삼성생명 ‘실버암보험3.0’의 경우 61세부터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당뇨환자나 고혈압이 있어도 간편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교보생명이 판매하는 ‘참사랑보험’은 70세까지, 농협생명의 ‘장수만세실버암보험’은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장수만세실버암보험의 경우 당뇨병과 고혈압이 없으면 보험료 할인이 적용된다.

동부화재가 판매하는 ‘프로미라이프 롱런인생보험’은 노인성 질병을 집중보장하는 상품으로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LIG손해보험의 ‘LIG실버암보험’은 고액의 암진단금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 가능연령이 75세까지다.

이 같은 고령자보험 상품은 판매실적도 양호하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험사의 월 평균 판매건수는 삼성생명 ‘실버암보험3.0’의 경우 약 2000건, 교보생명 ‘교보실버케어보험’ 약 1000건, 한화생명 ‘실버암보험’ 약 4800건, NH농협생명 ‘장수만세실버암보험’ 약 1500건, 신한생명 ‘든든한노후암보험’ 약 1000건 등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보험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본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과거에는 실버보험이라고 하면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무심사보험 등이 주를 이뤘는데 근래에는 젊은 층의 보험과 보장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암 진단비 등 보장한도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고 건강상태에 따라 가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고령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아직 관련 보험상품이나 보장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협업을 통해 고연령층 시장예측, 상품구성, 보험에 대한 인식전환 등에 나선다면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도 “금융당국에서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보험사도 가입연령, 상품구성 등에서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보험상품도 고령화 진전에 맞춰 변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헛도는 노후실손보험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노후실손보험이 실효성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보험사를 채근해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을 만들었다. 실손보험 사각지대에 갇힌 고령층을 양지로 끌어낸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오히려 노후실손의료보험이 노인을 외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려던 노인 106명 중 75명은 이 상품에 가입하지 못했다. 나머지 31명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없고 입원병력이나 약물 복용력도 없었기에 가입이 가능했다. 노인 10명 중 7명은 노후실손의료보험 가입과정에서 거부당한 셈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노후실손보험 실적이 바닥을 헤매는 이유다.

정 의원은 “노인 70% 이상이 고혈압, 당뇨병, 암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보험사들은 이들 질환자의 노후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노후건강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허용한 노후실손의료보험은 그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사보험이 아닌 공보험을 통해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정 의원은 “민영보험사 상품은 일정한 가입조건에 부합해야 가입할 수 있어 노후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노인의 의료비는 사보험이 아닌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은 몸이 건강해도 나이가 많아 보험가입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상품”이라며 “그래도 고령화가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